‘고래’ 삼키겠단 ‘타뱅’ 등장에… 산으로 가는 ‘産銀 플랜’

입력 2018-03-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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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금타 노조간 진실공방속 타이어뱅크 인수전 가세...추진력 잃은 産銀 ‘당황’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 간의 명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회장은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금호타이어 노조가 합의를 파기했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이 회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선언하면서 이 회장의 명분 세우기 전략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어 인수에 참여하고자 한다” 며 “타이어뱅크는 국민과 노조, 채권단들의 생각을 들어본 후 최종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영 정상화 후에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발표한 것은 노조의 전략이라는 게 산은과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는 납품 회사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의 외주 대리점이 본사의 영향력에 종속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노조가 인수 회사로 타이어뱅크를 섭외했다면 노조가 경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까지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로 타이어뱅크를 접촉한 적이 없는 것은 맞다”며 “타이어뱅크의 기업 규모를 보면 인수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 발표로 산은의 매각 추진 과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산은은 지난해 금호타이어 실적 악화를 예견하지 못해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도 걸림돌이었다. 산은은 올해 당초 소수 인원이 진행하던 금호타이어 매각을 열 명 이상으로 늘리는 특별팀을 구성해 재매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수차례 말을 바꾸며 자충수를 뒀다. 산은은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 1년 연장에서 다양한 자본 유치 구상→더블스타 매각 발표→노조와 합의 등 상대방과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언론을 통해 흘렸다.

금호타이어 채권단 관계자는 “결국 회사에 더 이상 돈을 넣고 싶지 않은 채권단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며 “매각이 실패할 경우 모두 ‘노조 탓’이라는 명분을 세우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산은은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과 관련해 “실체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이어뱅크의 자금 조달력과 인수조건 역시 아직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둔 데다, 새 주체가 등장한 만큼 이를 산은이 무시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이다. 산은은 3월 30일로 금호타이어의 자율협약 종료(법정관리 신청)를 못 박았지만, 이 역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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