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 CEO들의 평균 임기가 2.5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출범하는 등 전문화를 위한 역량이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 비전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재임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EO가 2~3년마다 교체되는 환경에서는 일관성 있는 경영전략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것.
자본시장연구원은 71개 국내 증권사의 CEO 178명을 대상으로 재임 기간, 회사별 유상증자 실적, 임직원 수 및 인건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한 ‘증권업 CEO 재임 기간과 경영성과 분석’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01~2016년 재임 기간에 따라 △단기 재임(1~3년 재임) △중기 재임(4~6년 재임) △장기 재임(6년 초과)으로 나눠 그룹별로 조사했다. 그 결과 자기자본 증가율, 인건비 증가율, 임직원 수 증가율 모두 4년 이상 재임한 CEO일 때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기 재임 이상의 CEO일수록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기자본을 확대하거나 인력을 충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4년 이상 재임한 CEO의 첫 번째 임기(1~3년차) 중 자기자본과 인건비의 초과 증가율도 단기 재임 CEO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증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기자본 확대’와 ‘인력 확충’을 꼽았다. 증권사업이 수수료 수취를 목적으로 하는 단순 중개 비즈니스에서 자기자본을 활용한 직접 거래로 옮겨 가고 있어 자기자본 확대가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또 투자은행, 자산관리, 리서치 등에서의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실적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기자본의 확대나 인력 확충의 효과는 경영 성과에 즉각 반영되기 어렵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자칫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CEO의 재임기간 보장이 더욱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장수 CEO’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호실적을 거둔 증권사 CEO들이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는 등, 재임기간을 보장해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지난해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기존 증권사 사장들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8322억 원으로 2016년 2조1338억 원 대비 79.6% 증가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4조4299억 원 이후 연간 최대 규모의 실적이다.
조성훈 자본시장 선임연구위원은 “CEO가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간 재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짧은 임기를 부여받은 CEO는 후임자의 몫이 될 성과를 위해 노력할 동기를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