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오는 4월부터 주유소 판매가격을 공개키로 한 것과 관련, 한국주유소협회와 정유사간의 힘 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다.
18일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지식경제부에 정유사가 석유류 공급가격을 주간단위로 공개하면, 전국의 주유소들도 주유소 판매가격 공개방안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전달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공개가 선행되면 자연스럽게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며 "당초 정책의 취지가 소비자 가격 인하라면 주유소의 판매가격 뿐만 아니라 정유사의 공급가격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돼 이같은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우선 지경부에 정유사와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VAN사를 통하지 않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석유공사의 자체조사를 통해 매주 동시 공개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협회는 "VAN사를 통한 개별 주유소 판매가격을 수집하여 공개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현재 많은 지자체들이 자체 조사를 통해 주유소 판매가격을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전국으로 확대, 조사결과를 취합해 정유사 판매가격과 함께 공개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의안은 정유사와 주유소 판매가격을 읍·면·동을 기준으로 주단위 최고·최저·평균 판매가격만 공개하는 방안이다.
협회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3500여개의 읍·면·동이 있으며, 각 읍·면·동마다 최소 3∼5개의 주유소가 있다"며 "가격정보 수집이 반드시 VAN사를 거쳐야 한다면 개별 주유소가 아닌 읍·면·동 단위로 최고·최저·평균 가격을 공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확답은 없는 상태"라며 "하지만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의 주간단위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지난해까지 주간 단위로 공장도 가격을 공개한 바 있지만, 공장도가격과 실제공급가격간의 차이에서 이른바 '백 마진'을 남긴다는 논란이 일자 가격공개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백 마진' 논란으로 인해 주간단위 가격 공개가 없어지고 실시간 제공으로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는데 주유소협회의 이같은 처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또한 정유사들의 거래처별 가격은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