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김치 프리미엄’ 독이 깨졌다

입력 2018-03-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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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거래’ 3% 이하땐 수익 없어 50% 붙던 웃돈 3%대로 뚝

우리나라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시장의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외보다 국내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김치프리미엄이 주로 활용된다. 국내 투자가 활성화할 때 김치프리미엄은 최대 50%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최근 시장이 위축되면서 3%대 이하로 떨어졌다.

◇‘3%’의 의미 = 재정거래(裁定去來, Arbitrage)를 하는 투자자들에게 김치프리미엄 3%는 의미가 있다. 싼 곳에서 사 비싼 곳에서 파는 재정거래를 할 경우 환율 리스크나 전송 수수료, 거래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최소 3% 이상 차이가 나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프리미엄이 0~3%일 경우 해외에서 사 와 국내로 전송해 파는 식의 거래로 얻는 수익이 없다.

가상화폐 통계 애플리케이션인 코인매니저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비트코인의 김치프리미엄은 3.24%(비트렉스와 빗썸 가격차)다. 해외에서 비트코인은 1216만5604원에 거래됐고, 국내에선 이보다 39만4396원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의 김치프리미엄은 3.33%(90만4898원·93만5000원)였고, 리플은 3.52%(1024원·1060원)로 김치프리미엄이 평균 3%대 초반으로 형성됐다.

달러를 해외 취급업소(거래소)로 보낸 후 가상화폐를 사서 국내 취급업소로 보내는 단순한 차익거래에선, 외환 송금 수수료,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 거래 수수료, 가상화폐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가 붙게 된다. 이를 모두 고려할 경우 김치프리미엄이 3% 수준일 땐 재정거래로 수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김프’의 변동 원리 = 업계 관계자와 전문트레이더들에 따르면 김치프리미엄은 상승장에서 커지는 경향과 하락장에서 역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지난해 6월의 상승장과 올해 1월 9일 대부분의 코인(가상화폐의 약칭)이 사상최고가를 경신할 때 김치프리미엄은 무려 50%를 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몰리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반면 하락장에선 국내 시세가 최대 10% 싼 역김치프리미엄 현상도 나타난다. 하락장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 위축이 빠르게 전파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치프리미엄을 투자 판단의 지표로 삼기도 한다. 김치프리미엄이 높아질 경우 매도 타이밍, 역김치프리미엄을 매수 타이밍으로 정하는 것이다.

◇시장 성숙까지 반복될 듯 = 김치프리미엄이 줄었다는 것을 시장이 안정됐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실제로 1월 5일 전체 가상화폐 시장 거래 규모는 최대 약 700억 달러에서 현재 180억 달러로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만 차분한 시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과열·냉각·정상화로 이어지는 시장의 흐름에서 다시 김치프리미엄의 변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치프리미엄을 줄이기 위해 기관 투자자들의 거래를 자유롭게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환 송금을 비교적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되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정거래 투자자들로는 비이성적인 김치프리미엄의 변동을 막을 수 없다”며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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