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 고(故) 박선욱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간호사연대(NBT)는 3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추모 집회-나도 너였다'를 열어 박씨가 투신한 이유가 이른바 '태움'이라 불리는 가혹 행위라고 지목하고 이와 같은 구조를 당장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일선 간호사들은 '태움'이 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간호사와 시민 300명은 한 손에 촛불을, 다른 한 손에 흰 국화를 들고 박씨의 넋을 위로했다.
박씨 유족은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족이 오늘 병원에 가서 생전에 박씨가 병동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며 일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최 측은 공지했다.
'유족 입장서'를 대독한 간호사연대 소속 최원영 간호사는 "박 간호사가 큰 과실을 저지른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헛소문이 돌고 있다"며 추측성 댓글 등에 대한 자제를 당부했다.
서울대병원 신규간호사 김소현씨는 주최 측에 보내온 편지에서 "태움은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이며 적폐 청산 대상"이라며 "일각에선 작은 실수가 환자 생명을 좌우하는 간호사 특성상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태움을 당하지 않으려고 실수를 감추거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정직하지 못하게 눈을 감는 사례가 많다"고 폭로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서울아산병원 앞 육교에 매달 추모 리본에 박씨를 위로하는 글을 남겨 주최 측에 전달했다. 간호사연대는 '태움' 근절을 위한 청와대 청원에 서명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