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제네럴모터스(GM)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이중적 행보 때문이다.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날 GM은 한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마치 한국 시장 포기를 기정사실화하듯 북미시장 공략 계획을 가속화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GM은 13일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했다. GM은 2016년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인 메이븐(Maven)을 설립해 제한된 지역 내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GM은 2019년까지 북미 주요 도시에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다임러의 카투고(Car2go), 집카(Zipcar) 등이 경쟁 상대가 될 전망이다.
신사업은 볼트EV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메이븐은 단순히 차량 공유 플랫폼만 제공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가 보급형 차종이지만 충분한 주행거리 확보한 볼트 EV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GM은 차량공유 서비스 제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차 홍보 효과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GM은 향후 볼트EV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GM이 북미 시장에 힘을 쏟는 이유는 일본차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제로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도 일본 토요타의 기세가 거센 형국이라 GM이 북미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글로벌 전략이 변하지 않는 한 GM과 한국 정부간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베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0일 오전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등 한국지엠 주요 경영진과 국회를 방문했다. 그는 이날 한국GM 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비롯해 관련 인사들과 만나 우리정부가 한국GM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집권여당이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앵글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한국GM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GM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평, 군산, 창원 등 국내 공장의 생산량이 절반으로 축소됐기 때문에 인력도 비슷하게 감축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