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특유의 손님 접대 문화인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를 자랑한다. 진심으로 손님을 대접한다는 의미로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세이다. 식당에서 자리에 앉으면 가져다 주는 따뜻한 물수건부터 흰 장갑을 착용한 택시운전사가 내리는 승객에게 인사하는 행위, 슈퍼마켓 직원의 친절한 태도와 유니폼도 모두 오모테나시에서 비롯됐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당일 배송을 보장하는 것도 일종의 오모테나시에 해당한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오모테나시를 내세웠다.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소로도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춘절 연휴에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늘어나는 이유도 오모테나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인구가 감소하고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오모테나시가 위협받고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1.59배로 1974년 이후 약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인난에 기업들은 직원 임금을 높여야 하는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일본은 비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이 낮은 편이다. 고객 맞이 직원과 긴 영업시간 등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편의점 체인 로손은 일부 매장에서 결제를 자동화했다. 거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유니폼을 입은 배달원 대신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중이다. 직접 고객을 대면하는 대신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인간 직원’ 없이 로봇이 체크인과 청소 등을 맡는 ‘이상한 호텔’도 등장했다.
영업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유명 레스토랑 체인을 소유한 스카이락은 22~24시간 운영하는 매장 수를 1000개에서 400개로 줄였다. 편의점 체인 훼미리마트는 특정 시간대에 일부 매장을 닫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일본 최대 택배회사 야마토 운수는 지난해 아마존 프라임의 당일 배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사라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다카다 유키 오모테나시마이스터협회 관계자는 “일본 아이들은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봉사한다는 오모테나시 철학을 받아들면서 자라고 오모테나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면서 “일본 문화의 핵심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점차 증가하는 일본의 노년층이 자동화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30대 일본인은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며 자동화에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오모테나시가 까다롭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로봇의 본거지인 일본에서는 자동화가 환영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노동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성에 새롭게 초점을 맞추면 계산대나 대중교통에서 대기열에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