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도 여·야에 따라 차기 한국은행 총재에게 바라는 덕목과 추진과제는 물론 이주열 총재에 대한 평가가 갈렸다. 정권교체에 따른 공수 교대에서 오는 차이로 풀이된다.
반면 전문성은 야당 의원의 87.5%가 ‘매우 중요하다’고 꼽았다. 여당 의원은 66.7%에 그쳤다.
차기 총재가 추진해야 할 6대 추진과제 분야에서도 여당은 ‘외부로부터의 독립성’ 부문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시장과의 소통’ 부문에서 ‘중요하다’ 이상 응답이 100%였던 반면, 야당은 87.5%에 그쳐 상대적으로 낮았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국제적 위상 강화’ 부문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본 여당 의원은 각각 83.3%와 66.7%, 66.7%에 달했던 반면, 야당 의원은 각각 50.0%와 25.0%, 37.5%에 그쳤다.
‘정부와의 정책공조’도 여당은 ‘매우 중요하다’ 33.3%, ‘중요하다’ 50.0%로 총 83.3%였던 반면, 야당은 ‘중요하다’라는 응답만 62.5%였다. 25.0%는 ‘중요치 않다’고 답했다.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은 여·야 의원 모두 ‘중요하다’ 이상으로 응답했다. 다만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비율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62.5%였던 반면, 여당 의원들은 50.0%에 그쳤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총리와 자웅을 겨룬다할까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기울지 않는 권위와 전문성이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최근 일각에서 한은에 경제성장과 고용촉진 등 새로운 추가 의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같은 주장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힘이 실렸다. 차기 총재가 추진해야 할 과제로 여·야 모두 ‘경제성장’을 ‘중요하다’ 이상(여당 83.3%, 야당 87.5%)으로 답했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본 여당 의원들은 절반인 50.0%인 반면, 야당 의원들은 한명도 없었다. ‘고용촉진’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여당 의원들은 16.7%였던데 반해, 야당의원들은 12.5%에 그쳤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러 가지 정책목표를 다 달성하려면 실패한다. 경제성장과 고용은 한은 몫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명재 의원은 “성실하고 겸손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물가와 금리를 비교적 잘 안정시켰다”며 “독립성이 다소 미흡하지만 최근 주요국과의 통화스왑은 잘했다. 평가할만하다”고 전했다.
다만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시장과의 소통’과 ‘금융안정’ 부문은 높은 점수(각각 잘했다 75.0%)’를 받았다. 또 ‘외부로부터의 독립성’도 75.0%가 잘했다고 밝혔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와의 관계에서 열석발언권 폐지를 찬성하는 등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와의 정책공조’ 부문에서는 ‘잘했다’는 응답이 야당 의원들(57.1%) 사이에서 더 많았다(여당 의원 50.0%). 다만 익명의 야당 의원은 “잘하지 말았어야할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잘했다”고 평해 결과를 보는 해석은 달라질 수 있겠다.
특이할 점은 이 총재에 대한 평가가 금융안정(상관계수 0.801, 유의도 0.01) 및 경제성장(상관계수 0.766, 유의도 0.01) 부문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즉, 금융안정과 경제성장을 잘했다는 평가가 높을수록 이 총재에 대한 평가가 높았다는 의미다. 이는 한은이 금융안정 관련 금융통화위원회 횟수를 연 4회로 늘리는 등 나름 금융안정에 대한 노력을 한데다 지난해 경제성장률(GDP)이 3.1%를 기록하며 3년만에 3%대 성장을 달성한 것에 대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