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12일 내놓은 기술탈취 근절 대책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약탈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사전 예방, 피해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가해기업 처벌의 사후 구제 등 이른바 ‘투트랙’ 장치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간 정부의 노력에도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기술유출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책에 따르면 기존에는 대기업이 구두나 메일을 통해 기술 비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왔지만 앞으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는 반드시 비밀유지 협약서(NDA)를 써야 한다. 위반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물어주는 ‘징벌적 손해배상’ 벌칙이 적용된다. 또 하도급거래에서 예외적으로 기술자료 요구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최소한으로 두고 요구서면 기재사항에 반환·폐기 일자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기술을 보호하도록 ‘기술 임치제도’도 활성화한다. 기술임치제는 기업의 기술자료를 제3의 기관에 보관하다가 기술유출이나 특허논란이 발생했을 때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벤처부는 창업·벤처기업 등의 임치수수료를 신규 가입시는 연 3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갱신의 경우 1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감면하고 기술임치제도 사각지대인 21개 업종의 표준하도급 계약서에 제도 활용 규정을 넣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의 기술자료 거래내역, 자료를 요구한 대기업 담당자, 부당하다고 느낀 정황, 불합리한 상황 등을 기록해 분쟁 발생시 유력한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당정은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상에 가해혐의 대기업에 대해서도 자사의 기술이 피해당한 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해명하는 ‘입증책임’을 부여하도록 하는 규정을 반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기술탈취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대기업이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동안은 피해 기업만 기술탈취 사실을 입증해야 해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컸으며 소송으로 가서 대기업이 시간 끌기를 하면 중소기업은 그 사이 고사하기 십상이었다. 아울러 기술탈취 사건이 발생하면 검·경 등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중기부·공정위· 특허청 등 관련부처가 조사·수사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피해사건을 신속히 해결하는 한편 변호사협회와 함께 대기업의 자료 요구 대응부터 소송까지 일대일로 전담 자문하는 ‘공익법무단’을 운영하고 특허심판에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적 조력과 물적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