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통신사인 KT와 SK텔레콤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두 회사 모두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통신 본연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올해 6월 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 인하 움직임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T와 SK텔레콤의 별도기준(자회사를 제외한 실적)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지난해 연결기준(자회사 포함 실적) 영업이익 1조375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5% 하락했다. 자회사를 제외하고 KT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 하락 폭은 더 커진다. KT는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1% 줄어든 9522억 원에 그쳤다. 순이익도 42.8% 감소한 4633억 원에 머물렀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도 실적이 좋지 않다. 이 회사는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7조5200억원, 영업이익 1조 5366억 원으로 전년비 각각 2.5%, 0.1% 증가했다. 3년째 내리막길을 걷던 영업이익이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이는 자회사인 11번가 등의 수익성 개선 때문이다.
자회사 실적을 제외하면 SK텔레콤 자체 실적은 마이너스로 곤두박칠 친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조6977억 원으로 전년비 4.7% 감소했다. 선택약정할인(요금할인) 25%를 도입한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3753억 원으로 5.5% 감소하면서 감소폭 커졌다.
특히 4분기에 KT와 SK텔레콤 모두 가입자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선택약정할인 25% 가입자들이 늘면서 매월 내는 통신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4분기 기준 KT의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3만4077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 작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SK텔레콤도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4분기 3만5209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0.4%, 전 분기보다는 0.8%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다. 당장 올해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음성 200분, 문자 무료 등을 2만 원대 요금제로 제공하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된다. 지난해 보편요금제 추진을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 해당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연내 이통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를 출시토록 한다는 방침이이다.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이통사들의 수익은 더 악화된다. 증권가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이통 3사의 매출은 연간 2조2000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해 선택약정할인 25% 가입자가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올해 보편요금제까지 출시하게 되면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라면서 "5G 상용화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