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필름, 100년 전통의 제록스 인수

제록스 지분 50.1%, 약 6700억 엔에 확보…사무기기 사업의 세계 전개에 주도권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사무기기의 강자 미국 제록스가 일본 후지필름홀딩스의 품에 들어가게 됐다.

후지필름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록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지제록스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6700억 엔(약 6조5744억 원)을 차입해 후지필름이 보유한 자사주 75%를 모두 취득하고 나서 제록스의 자회사가 된다. 이후 후지필름은 제록스의 제삼자 할당 증자를 6700억 엔에 인수해 최종적으로 제록스 지분 50.1%를 확보하게 된다.

후지필름과 제록스 합작사였던 후지제록스와 미국 제록스 경영 통합을 통해 전 세계에서 사무기기 사업을 일관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려는 의도다. 문서의 디지털화가 진행돼 수요 감소로 고통받는 제록스의 재건을 후지필름이 주도하는 구도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후지필름의 고모리 시게타카 최고경영자(CEO)는 “복사기가 비록 성숙기에 접어들어 매년 2%씩 판매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과 인도 등 성장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며 “진정한 통합 경영으로 세계 전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후지제록스는 지난 1962년 설립 당시 후지필름과 제록스가 각각 절반씩 출자했다. 이후 제록스의 경영부진으로 2001년 후지필름은 출자 비율을 75%까지 높였다. 제록스는 막강한 사무기기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출자 비율 이상의 존재감으로 후지제록스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로 후지필름이 사무기기 사업을 완전히 주도하게 된 것이다. 후지필름은 기초 연구로 정평이 난 제록스의 팰로앨토 연구소도 손에 넣게 됐다. 지금까지는 후지제록스가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록스는 구미를 포함한 다른 나머지 지역을 담당했지만 통합 이후 그런 제약이 없어진다.

새로 탄생하는 회사는 사명이 후지제록스로 변경된다. 후지필름은 제록스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제프 제이콥슨 제록스 최고경영자(CEO) 자리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 대신 인수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도 기다리고 있다. 후지필름은 후지제록스에서 1만 개 일자리를 감원하고 일부 공장을 폐쇄하기 위해 4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