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펼치면서 글로벌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역장벽과 불평등, 기후변화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 장기적으로 글로벌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 요소도 좌우하고 있다. 한 마디로 트럼프의 말과 행동에 세계 경제의 앞날이 달린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지난해 10월 예측치보다 각각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의 3.7%에서 높아지는 것은 물론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IMF는 “지난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동조화된 경제 성장이 펼쳐지고 있다”며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이후 유럽 재정위기 등에서 벗어나 선순환적인 성장 궤도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IMF는 미국의 대형 감세를 세계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는 “이번 수정은 최근 승인된 미국 세제정책의 변화로 글로벌 성장 모멘텀이 확대되는 것을 반영한다”며 “대형 감세로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무역상대국 수출이 증가하는 등 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 개막을 하루 앞두고 스위스 다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신호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이 더욱 견실해질 것임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는 매우 환영할만한 뉴스”라고 말했다.
IMF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1.9%에서 2.5%로 높아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 내년은 2.0%로, 각각 종전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2%로, 종전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6%와 7%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와 브라질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플러스 성장이 기대되는 등 전 세계가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경제 호황 혜택을 톡톡히 볼 전망이다.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발표된 IMF의 보고서는 트럼프가 더욱 큰소리 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로 다보스포럼 참석이 불투명했으나 이날 상·하원에서 3주간의 단기 예산안이 통과돼 셧다운이 끝나면서 다보스로 향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셧다운 불안 완화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버트 모리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글로벌 회장은 “견실한 경제지표로 세계 경제에 대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낙관론이 매우 강하며 증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세계 경제 발목을 잡을 리스크는 아직 남아있다. 미국 의회가 셧다운을 풀기는 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IMF는 “감세는 2020년까지 미국 경제를 1.2%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미국 교역상대국 중 이런 수혜를 볼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협상에서 추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2022년부터는 미국 경제도 감세에 따른 정부 재정수지 적자 확대로 성장세가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