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는 미국 세제 개혁과 금리 인상, 경제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ICE 달러인덱스는 약 10%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달 15일 이후에만 약 2%가 빠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우선주의 하에 31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미국의 세제 개편이 오히려 달러화 가치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기 전만 해도 법인세 최고세율 대폭 인하는 달러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미국 내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은 감세가 고용이나 투자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부자들 역시 감세로 인한 여분의 현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저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글로벌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은 감세가 단기적인 성장을 촉발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미국 경제의 성장 잠재성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이후 다시 회복되면서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다. 이와 동시에 달러화 가치도 상승했다. 2014년 ICE 달러인덱스는 13%, 2015년에는 9%, 2016년에는 3.5% 올랐다.
그러나 달러화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주요 상대 통화는 강세가 필연적이라는 의미다. 통화 강세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에는 치명적이다. 당장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0%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1.3% 감소한다. 운송장비 업종의 경우는 영업이익률이 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12.8% 올랐다.
뿐만 아니라 달러화 약세는 원자재 값 강세로도 이어진다. 원유, 구리, 철강 등 원자재는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최근 세계 3대 국제 유종 가격이 모두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는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페더레이티드인베스터스의 아이합 살립 애널리스트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성장과 세계의 기준금리를 고려했을 때 달러화 약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세제 개편이 달러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 중산층이 감세로 인한 여분의 현금을 아이폰과 같이 국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는 데 쓰는 경향이 강화되면 수출보다 수입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립 애널리스트는 “수출보다 수입 규모가 늘어나면 달러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며 “적어도 오는 6월까지 달러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