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새해를 맞아 새 마음, 새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정치권의 최대 이벤트인 6·13 지방선거와 헌법개정 이슈에 묻혀, 지난해 말까지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민생법안 뒷전’ 행태는 계속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야가 처리한 법안은 2121건이지만 해를 넘어온 계류 법안은 7959건에 달한다.
여야는 지난해 마지막 열린 본회의에서 전기용품및생활용품안전관리법, 시강강사법과 같은 민생 관련 일몰법안 등 45건을 턱걸이 통과시켰을 뿐, 적극적인 법안 처리에 나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길목인 법제사법위에 묶인 법안만 200건에 육박한다.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행 연 9%에서 5%로 낮추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안,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의 조치를 한 대리점 공급업자에 보복한 경우 최대 3배의 손해배상을 물리는 대리점거래공정화법안 등이다.
이런 상황 속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 협조를 구하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부터 온 신경이 지방선거로 쏠린 형국이다. 한국당의 전날 신년인사회에선 홍준표 대표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등 지도부 모두가 지방선거 승리를 강조했다. 지방선거에서 이겨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태세다. “서민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 “경제와 안보가 굳건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지만, 인사말의 대부분은 지방선거 승리 의지를 다지는 데 할애했다.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 추진에 이목이 쏠려 있다. 덩달아 정치권은 두 정당발 인위적 정계개편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합 찬반파로 나뉜 국민의당 내분으로 통합 절차가 지연되고 정계개편이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된다면 당장 2월 임시국회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선거구제 개편 등도 올해 정치권의 블랙홀이 될 공산이 크다. 개헌의 내용과 시기, 선거구제 개편 방향 등에 있어 여야는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여권의 시간표대로 6월 지방선거까지 절충안을 도출해 내긴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인 까닭이다.
국회는 상반기 내내 지방선거와 개헌 등의 이슈에 매몰되고 하반기엔 이 후폭풍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에서 동시투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헌은 올 한 해 내내 정치권의 과제가 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있고 지방선거에 뛰어든 현역 의원들도 적지 않아서 선거 때까지 국회가 어수선하고 산만할 것”이라면서 “지방선거 여파에선 정기국회 즈음에야 벗어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