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EQ를 넘어 이제는 DQ시대]디지털 세계에 갇혀 사는 아이들 ‘디지털 인성 교육’ 먼저

입력 2018-01-02 10:34 수정 2018-06-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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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사이버 왕따·폭력 등 난무 속 미래 세대 주역 어린이 교육 점차 중요

#직장인 A씨는 최근 온라인 SNS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다른 사용자와 시비가 붙었다. 상대방은 거침없는 욕설과 부모님을 비하하는 말 등을 통해 언어공격을 가했다. 화가 난 A씨는 상대방을 형사고소하며 신원을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인터넷 기술의 확산으로 초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PC 환경에 접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세상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쉽다. 이들은 인터넷 언어를 배워 그것이 나쁜 말이라는 것도 모른 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가 하면 가짜 뉴스, 사이버 왕따, 게임 과몰입, 폭력·음란 동영상 등의 위험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에 ‘DQ월드’는 디지털 세상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세상의 기본 시민의식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DQ월드를 설립한 박유현 박사는 IQ나 EQ처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감성적·인지적 능력을 지수화한 DQ(Digital Quotient, 디지털 지능)를 미국 스탠퍼드대,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등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박 박사는 “도로 운전을 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이 필요한 것처럼 첫 디지털 세대인 요즘 아이들도 디지털 세계를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 DQ 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GAAP연구에 따르면 사이버 범죄에 노출된 어린이들의 약 60%가 자신의 사이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5년에는 싱가포르 국립교육연구소가 실시한 ‘GAAPe-상담 연구’에서 사이버 위험에 노출된 어린이의 정서적 복지 향상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DQ’ = DQ월드의 프로그램은 8~12세 어린이들이 보기 쉬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사이버 폭력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지, 또 기술과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어린이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마치면 어린이들의 성향을 파악해 개선점을 개인 리포트로 제공하고, 이를 학교 단위, 선생님, 부모들이 평가해 지도 방안을 공유한다. 온라인 예절에 대한 기본 인식을 지도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며 이를 기반으로 국가와 연구기관, 기업 등이 사이버 안전에 대한 요소들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

현재 DQ프로그램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DQ월드는 싱가포르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어린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선생님과 어린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교육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DQ 도입이 추진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일부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긴 했지만 싱가포르처럼 정부 주도나 정부와의 협업 형태로는 아직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한국이 DQ교육의 주요 대상 국가가 될 것은 분명하며,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선생님들이 직접 가입해 교육에 필요한 리소스를 제공받으며 총 4주 과정을 기준으로 진행한다.

DQ월드는 세계경제포럼(WEF)과 공식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서 DQ 교육의 성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후 2월부터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부모를 대상으로한 캠페인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확산에 나설 방침이다.

◇디지털지능 함양, 무엇을 교육하나 =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 사회에는 모든 기술에 디지털 능력이 요구된다. 미래 세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가정과 학교에서 IQ와 EQ를 높이기 위한 교육 이외에 디지털 세상에서 필요한 DQ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DQ 교육의 핵심은 온라인에서도 실제 생활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어린이들에게 주지시키는 일이다. 가령 개인정보를 아무한테나 알려주면 안 되고, 내가 올린 글들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SNS 등에 글을 올리는 것을 조심해야 하며,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를 다 믿어도 되는지 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DQ프로그램은 총 8가지 디지털 스킬을 교육한다. 우선 온라인상에서 올바른 인격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디지털 시민으로서 자신의 온·오프라인 자아를 건강하게 만들고 온라인과 SNS 등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이와 함께 △디지털 이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사이버 왕따, 악플 등 사이버 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데이터와 전자기기들을 스팸, 피싱, 해킹 등의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방어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의식 강화 △온라인상에서 자신과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 △온라인상의 허위 사실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 △디지털 세상에서의 모든 행동이 자신과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흔적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디지털 발자국 관리 능력’ △온라인 소통에서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정을 공감할 줄 아는 디지털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국내 전문가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통합 디지털 인성교육 서둘러야” = 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 등이 결합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윤리문제가 부각되면서 디지털 시민의식의 중요성이 더욱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기존 산업화 시대의 틀에서 벗어나 윤리적으로 디지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디지털 인성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헌영 한국인터넷윤리학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보호 일변도 윤리교육으로는 디지털 시민성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정보 이용자가 정보 제공자나 개발자도 되는, 즉 주제와 객체를 나누지 않는 정보 프로슈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통합적 의미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회장은 그 방법론으로 주입식 교육보다는 역할극을 하거나 토론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스스로가 배울 수 있는 ‘액티브 러닝’을 제시했다.

신용태 숭실대 교수(소프트웨어특성화대학원장)는 “디지털 시민의식을 높이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학교에서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 투자가 이뤄져야 자라나는 세대가 제대로 디지털 시민의식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 스스로 각성할 수 있도록 민간 주도의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정부는 이를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정보본부장도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우려해 무조건적인 접근 제한보다는 고도화된 기술이라는 양날의 칼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굴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지능정보 사회의 시민성 교육에서는 확장된 자유와 기회를 누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 뒤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알고 기꺼이 이를 감당하려는 공감 또는 융합적 사고 태도를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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