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천국’… 기업은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7-12-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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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간의 불협화음으로 자동차·중공업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의 경우 노동조합이 사측을 압박할 카드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극단적인 파업을 선택하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19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내면서 임단협 연내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22일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노조원의 50.2%(2만2611명)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예년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이 부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향후 교섭 계획을 결정한다. 노조는 이후 곧바로 추가 협상을 벌여 연내 교섭을 마무리하는 방안, 파업을 지속하는 방안, 평화 기간을 설정하고 내년 1월 대의원 선거 후 2월 교섭을 재개하는 방안 등 3가지 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쟁대위 회의를 통해 최종안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가 파업 카드를 선택할 경우 현대차 ‘코나’나 제네시스 ‘G70’ 등 신차의 생산 라인이 볼모로 잡힐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생긴 갈등으로 코나와 G70의 생산라인에 대해 부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12차례의 파업을 벌여 생산차질을 빚은 금액은 1조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 조속한 출고가 생명인 새 모델들의 신차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현대차 임단협은 사실상 해를 넘기게 됐다. 1987년 4월 이 회사 노조가 처음 결성된 이후 협상이 해를 넘긴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29일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는 연내 타결을 위한 시간이 사실상 사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연내 잠정합의안이라도 다시 도출하겠다고 밝혔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의 임단협 연내 타결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기아자동차의 임단협도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기아차는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를 보고 합의안을 마련해 왔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1일 열린 23차 본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5만5000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300% + 2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도 임단협 과정에서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에는 오히려 사측이 임단협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은 21일 부평 본사에서 열린 24차 임단협 본교섭에서 카허 카젬 사장의 급한 업무를 이유로 들며 한 시간 안에 협상을 끝내자고 노조 측에 제안했다. 이에 노조 측은 “임금 협상보다 중요한 일이 있느냐”며 “임단협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7월에 제시한 합의안을 이번 달에 수용하려 했지만 사측은 경영 상황이 그때보다 악화됐다며 협상을 결렬했다”며 “임단협 타결에 대한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 내년 1월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임단협의 불협화음이 총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지엠의 경쟁력 악화는 더욱 심화활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외 판매 부진을 감안하면 자동차 업계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과도한 인건비 부담은 기업 경쟁력 악화를 야기해 결국 근로자에게 그 피해가 되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도 임단협 과정에서 격려금과 성과급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노사는 이달 초부터 매일 교섭하고 있지만 상여금 600%를 매달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회사는 최저임금에 따라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노조도 사실상 수용 입장을 밝혔다.

김준형 기자 junior@

양용비 기자 dragon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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