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10곳 중 1곳만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당 근로 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기업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하거나 규모별로 유예기간을 늘리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생산 차질까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10곳 중 7곳 이상이 그만큼의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38.7%가 근로시간 단축을 ‘기업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이어 ‘도입하되 기업규모에 따라 유예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도 24.0%였다. 23.3%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단축 충격완화 방안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장시간근로 개선을 위해 즉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13.7%에 그쳤다.
근로시간 단축을 법제화할 경우 필요한 제도개선사항(복수응답)으로는 ‘노사합의시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요구한 의견이 46.7%로 가장 많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유연근무제 실시요건 완화(34.3%), 연장근로수당 등 가산임금 할증률 50%에서 25%로 조정(32.7%), 납품단가 전가 등 불공정거래행위 근절(22.7%), 휴일근로 가산수당 중복할증 불인정(14.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별연장근로 허용'은 20인 미만(45.2%), 제조업(48.6%)에서, '유연근무제 실시요건 완화’는 20인 미만(41.9%)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근로시간단축 법제화에 따른 충격완화를 줄이기 위한 정부지원방안(복수응답)으로는 신규ㆍ기존인력 인건비 지원(61.3%)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러한 요구는 50~99인(63.8%), 20인 미만(63.4%), 제조업(62.3%)에서 많았다.
또 추가설비를 위한 자금지원(33.7%), 신규인력 채용기업 금융지원(29.3%)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였으며 그밖에 근로시간단축 지원정책 홍보 확대(15.3%), 노동생산성 향상(14.7%), 인력채용 알선 지원 강화(10.3%) 등도 필요한 정부지원방안으로 언급됐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실 근로시간은 사무ㆍ관리직이 174.7시간, 생산ㆍ현장직이 189.7시간으로 생산ㆍ현장직이 사무ㆍ관리직보다 15시간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ㆍ현장직의 월 평균 근로시간을 종업원수별로 살펴보면 100인 이상의 업체가 평균 182.2시간으로 가장 적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190.4시간)이 서비스업(187.4시간)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71%)은 휴일근로(주말특근)를 실시했다. 종업원 수별로 보면 20~49인에서 휴일근로 실시 비율이 76.4%로 가장 높았고, 이어 20인 미만(74.2%), 50~99인(66.7%), 100인 이상(53.1%)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77.7%)이 서비스업(52.5%)보다 높게 나타났다. 휴일근로 실시 업체 중에서는 주당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하’라고 응답한 곳이 전체의 61.5%였으며, ‘52시간 초과’는 38.5%로 조사됐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산입될 경우 경영상 애로사항(1순위)는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파악됐다. 휴일근로를 실시 중인 업체의 45.1%가 꼽은 어려움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가동률 저하로 생산량 차질’32.4%이 뒤를 이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업체 중에서는 87.8%가, 52시간 이하인 업체에서는 64.1%가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생산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 차질 규모는 평균 13.2%였다. 생산차질을 보전하기 위해서 ‘기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42.7%)하겠다는 응답이 제일 많았으며 ‘신규인력 충원’(16.4%), ‘설비 투자확대’(16.0%), ‘생산차질의 일부분을 감수’(9.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신규인력을 채용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응답자의 77.9%가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응답은 종업원 수가 적을수록(20인 미만 82.6%, 100인 이상 64.7%) 많았다. 그 이유로는 ‘추가 인건비 부담이 커서’(45.2%), ‘기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으로 상당부분 대처 가능’ (34.9%), ‘(숙련)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10.8%) 등을 꼽았다.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신규인력 충원계획이 있는 업체(22.1%)라 할지라도 채용 규모는 평균 5.2명(정규직 4.7명, 비정규직 0.5명)에 그쳤으며, 이들은 평균 12.3%의 인건비 증가를 떠안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는 올해 6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중소기업 300곳의 인사ㆍ노무담당을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