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팽팽히 갈렸다. 상반기 이뤄질 것으로 보는 입장은 호조세를 보이는 대내외 경제 상황을 반영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반면 하반기로 보는 쪽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 결정에 있어 소수의견을 내놓은 데다 통화정책방향에서도 ‘신중히’라는 표현을 새롭게 삽입하는 등 조심스런 입장을 취한 것에 무게를 뒀다. 또 내년 3월말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끝난다는 점,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내년 하반기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이 인상에 반대의견을 내놓은데다 이 총재 기자회견도 비둘기(완화)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도 명확치 않았다고 봤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금리정책 방향을 완화정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잡았지만 경기 및 물가 요인 외에도 국제경제 여건의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고,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신중하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며 “단기간 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그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이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통방문에 ‘신중히’라는 문구를 삽입한 이유에 대해 “액면 그래도 신중히 하겠다는 것”이라며 “금리정책에 대한 방향 자체는 완화 정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지만 고려할 요인이 아주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3월말로 끝나는 총재 교체 이벤트도 금리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신임 총재 취임 후 당장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호조가 지속되면서 내년 1분기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로 갈수록 펀더멘털에서 찾을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가 점차 약화될 것”이라며 1분기 인상을 예상했다.
내년 2분기를 보는 입장 역시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표면적인 톤과 실제 액션이 일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말보다 펀더멘털 요소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완화정도의 축소와 정책금리 정상화에 방점이 있음을 감안하면 2번째 인상까지 6개월 이상 쉬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2분기 내지 3분기 인상을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5월 내지 7월 인상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또 경기호조와 총재 교체 건 등 불확실성이 혼재해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는 입장이 많았다.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주택가격 흐름과 마이너스 국내총생산격차(GDP)갭의 플러스 전환 시점, 낮은 물가 상승세의 변화 가능성 등을 지켜보는(wait-and-see)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내년 2분기말 내지 3분기초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다만 3분기초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달 30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이는 6년5개월만의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