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500~700개 수준으로 알려졌던 키코(KIKO) 가입 업체 수가 1000곳이 넘는 것으로 처음으로 확인됐다. 키코 피해 발생 10년째인 올해까지 부실화된 기업 수도 4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이투데이가 국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입수한 국내 은행별 키코 판매 현황을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11곳 은행이 총 1047건의 키코 계약을 맺었다. 금감원이 2008년 6월 말 처음으로 키코 가입업체 수를 519개로 집계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나은행(합병 전 외환은행 포함)이 386개 기업과 키코 계약을 맺어 가장 건수가 많았다. 이어 씨티은행(177건), 신한은행(166건), KB국민은행(105건), 기업은행(79건), SC제일은행(70건), KDB산업은행(22건)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까지 키코 판매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가입업체 수가 늘어난 만큼 피해 기업도 증가했다. 각 은행이 확인한 키코로 인한 부실화 기업 수는 단순합산으로 총 403곳에 달했다. 여러 은행에 중복가입 한 업체를 걸러내도 325곳으로 나타났다. 부도·파산·폐업·합병 등으로 기업 자체가 사라졌거나 워크아웃, 법정관리, 패스트트랙(FTP) 등의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이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은 업체 중 절반(50.5%) 규모인 195개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폐업 등으로 내몰렸다. 산업은행에서 키코 가입을 한 업체 22곳 중 11곳(50%)도 부실화됐다. SC제일은행의 경우 70군데 키코 가입업체 중 42곳(60%)이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KB국민은행 40개(가입업체 수 대비 38.1%), 신한은행 52개(31.3%), 씨티은행에서 34개(19.2%) 등 높은 비율로 부실화가 진행됐다.
특히 해당 자료는 각 은행이 현재 파악 가능한 업체만 집계해 금감원에 전달한 것이다. 이에 아예 소재를 파악할 수 없거나 2008년 피해를 가까스로 만회한 대기업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확인 불가능한 피해까지 고려하면 키코로 인해 최소 절반 이상 가입업체가 정상영업이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2·3금융권도 아닌 대형 은행에서 판매한 ‘환헤지용 상품’이 투기상품보다 더 큰 투자자 피해를 일으켰지만 금감원의 실태 파악과 대처는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8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키코 피해 직후 가입업체 수를 519개로 집계했지만 2010년 10월에는 이 숫자가 738개로 늘었다. 키코는 피해가 터지기 전인 2008년 초까지 한정적인 기간에 판매됐기 때문에 판매가 중단된 후로는 가입업체 수가 크게 뒤바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