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안아키' 사건이 주는 교훈

입력 2017-11-20 10:27 수정 2017-11-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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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가톨릭 신부이자 교육자인 돈 보스코는 ‘아이들은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방식은 저 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그 사랑이 아이들이 느낄 때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최근 매스컴에서는 일명 ‘안아키’ 사건이 전국 부모들의 마음을 분노로 들끓게 만들었다.

‘안아키’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이름으로 김효진 한의사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이름의 준말이다.

방송에 출연한 김 원장은 자신이 주장하는 치료법을 따랐다가 해를 입은 이들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가 하면 때로는 그들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김 원장은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자녀의 부모에게 “아토피에 걸린 아이가 가려워하면 긁게 둬라”고 충고하는가 하면 화상치료를 위해 뜨거운 물에 환부를 담그게 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처방을 내렸다.

황당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김 원장은 자신이 제안한 민간요법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줬을 뿐”이며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접한 부모들의 분노는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당시 방송을 접한 대다수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행할 수 있느냐”,“미친 처방이고,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화상치료을 위해 뜨거운 물에 환부를 담그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치료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는 누가 책임질 것이고,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 원장의 치료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떨까.

아이의 치료를 위해 김 원장의 말을 맹신(盲信)하는 부모를 무어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또한 엄연한 아동학대이자, 부모 또한 공범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지, 병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다. 한의사 또한 마찬가지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매개로 병을 치유하고자 하는 이들의 간절함을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환자에게 있어 병의 치료는 간절함 그 자체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런데 제대로 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극한 고통 이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면 이는 과연 정상적인 의사라 할 수 있을까.

안아키 사건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사회적으로 한 차례 논란이 된 후 지난 5월 대한한의사협회는 김효진 한의사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뿐만 아니라 김 원장이 카페 회원에게 침술을 가르치고, 침을 놓게 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상황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관련 처분을 요청한 바 있다.

아이는 사랑을 받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존재인데, 아픈 아이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기는 무책임한 어른들. 이번 안아키 사건을 계기로 더는 근거없는 치료법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와 부모들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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