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부산 등 동남권 산업단지 대부분은 1970년대 들어선 노후 설비다. 부산 신호공단을 제외하면 내진설계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강진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대피훈련이 유일한 셈이다.
15일 발생한 규모 5.4 강진에 울산과 부산지역 산업단지 대부분이 큰 피해없이 정상 가동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강진시 구체적인 대응책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진앙이 가까운 울산 산업단지는 내진설계 개념이 없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은 지어진지 40년이 넘은 노후 설비들이다. 꾸준히 설비 교체가 이뤄지고 있지만 규모 6.0에 가까운 강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규모 5.8의 경주지진 직후 현대차 울산공장은 안전을 위해 공장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울산 방어진에 자리한 현대중공업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선업의 특성상 실내보다 실외(야드) 공정이 대부분이다 보니 지진에 별다른 준비가 없는 실정이다.
반면 최근에 들어선 부산 신호공단은 내진설계가 도입돼 있다. 정부는 1995년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에 따라 건축과 도로, 원자력 시설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다중 이용시설과 국가 주요산업 시설에 대해 진도 6.0 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부산 신호공단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강진에 대한 대책은 대피훈련이 유일한 상황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던 현대차는 일본 기업을 벤치마킹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해 말 일본 기업의 지진 대응 체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토요타 렉서스 공장, 닛산 공장 등을 방문했다. 이를 참고해 지진대피 기준, 콘트롤타워 운영, 대피와 복귀 의사결정 시스템 등을 벤치마킹 했고, 대피훈련과 종업원 안전 확보, 대피, 현장점검 및 생산복귀 등 단계별 지진 대응 프로그램도 마련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실상 50년 가까이 돼가는 대규모 공장설비를 하루 아침에 내진설비로 바꾸기는 불가능하다”며 “강진에 대한 불감증을 해소하고 빠른 대피와 자연재해 대응 메뉴얼 만드는게 그나마 대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