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으로부터 유일하게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받은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위 발표 직후 “업계 최고 수준의 기업금융 역량을 활용해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연말까지 1조 원, 내년엔 4조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발행어음 업무를 통한 조달 가능한 금액은 자기자본의 최대 200%다. 6월 말 자기자본(4조3450억 원)을 바탕으로 계산 시 최대 약 8조 원 중반으로 추산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초대형 IB의 탄생을 자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본확충 노력은 물론 전문 인력 배양, 정보 네트워크 구축 등 정성적 노력까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제 이번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 정책의 모델인 미국 골드만삭스와 직접 비교해보면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3분기 말 골드만삭스의 총자산은 우리 돈으로 약 1041조 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기준 36조3000억 원 수준으로 3.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규모로 볼 때도 한국투자증권(약 4조3000억 원)은 골드만삭스(약 80조 원)의 5.4% 수준이었다.
아시아 시장으로 시야를 좁혀 봐도 덩치에서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작년 말 일본 노무라홀딩스의 자기자본은 28조 원에 달했고, 중국 중신증권(약 26조 원), 일본 다이와홀딩스(약 13조 원), 말레이시아 CIMB(약 12조 원) 등의 벽도 높다.
정성적 부문에서의 보완도 필요하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의 IB는 기업금융 비즈니스와 캐피털마켓 업무가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느냐에 달렸다”면서 “머리로 하는 비즈니스와 자본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문 인력을 배양하고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