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아난 아시아, 글로벌 IPO 시장 견인차

입력 2017-11-14 09:04 수정 2017-11-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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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이 10년 만에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전 세계에서 약 1500건의 IPO가 진행됐다. 2007년 이후 최대치다. 미국에서는 소셜미디어 거물인 ‘스냅’과 케이블업체 ‘알티스USA’의 상장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IPO 붐’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특히 중국이 세계적인 IPO 붐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1450건 이상의 IPO로 1700억 달러(약 190조315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950건, 1200억 달러보다 증가한 규모다. 올해 IPO의 약 3분의 2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이뤄졌다. 아태지역은 미국을 능가하며 IPO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경제 회복세가 배경이다. 아시아 전역의 경제가 회복하면서 기업들은 확장과 성장을 위한 자금 마련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IPO 규제가 해제된 중국에서 IPO 홍수가 일어났다. 2015년 중국 증시가 폭락하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일시적으로 신규 상장을 중단했다. 이후 시장이 안정되면서 지난해 중반부터 증감회가 상장 승인을 개시하자 억눌렸던 IPO가 쏟아졌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하이와 선전증시에서 IPO를 완료한 기업은 377개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IPO 수의 4분의 1이자 1995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홍콩증시는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 텐센트의 전자책 업체 ‘웨원’의 11억 달러 규모 IPO 이후 10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회사 주가는 거래 첫 날 두 배로 뛰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게임용 하드웨어 판매사 ‘레이저’는 IPO로 5억2900만 달러를 모으고 상장 첫날 주가가 18% 올랐다. 민 리앙 탄 레이저 공동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상장을 심사숙고했지만 홍콩이 급성장하는 중국 본토의 게임시장과 근접하기 때문에 홍콩증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앤드류 클라크 미라보 아시아 이사는 “중국과 홍콩은 상장이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승세를 기록하는 아시아 증시도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시아의 주식 시장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보였다. 홍콩·한국·인도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20% 이상 올랐다. 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은행들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낮은 변동성과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이 아시아 증시를 뒷받침하면서 기업들의 주식 상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IPO는 투자자에게도 이익을 안겨준다. 올해 아태지역 신규 상장기업의 평균 주가는 IPO 가격에서 약 154% 상승했다. 이는 미국 평균 32%,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의 12%와 크게 비교된다. 많은 기업이 아시아 증시에서 IPO를 진행하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아시아 부자들은 IPO를 통해 자산을 늘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UBS그룹 AG와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아시아의 억만장자 수가 미국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한 게 가장 큰 촉매제가 됐다.

다만 최근 아시아 시장의 IPO는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그 중 다수가 수익성이 낮고, 입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기업 규모에 비해 IPO를 서두른다는 점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아태지역 민간기업의 40%가 IPO를 실시한 반면 미주 지역은 32%,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은 28% 기업만이 IPO를 했다. WSJ는 이는 아시아 지역의 IPO 거래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베난티우스 탄 모리스앤포스터LLP 매니징파트너는 “아시아의 좋은 기업들은 더 오래 기다리고 있다”면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 많은 돈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IPO 이전에도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리페이’로 잘 알려진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이 좋은 예다. 중국 대표기업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핀테크 기업 앤트파이낸셜은 2018년 IPO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현금이 충분해 상장을 우선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계획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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