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철이라서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으레 ‘○박○일’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박○일’은 여행 일자를 계산하는 상투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박’은 ‘泊’을 쓰며 ‘배 댈 박’이라고 훈독한다. 즉 ‘정박(碇泊)’의 의미인데 ‘碇泊’의 ‘碇’은 ‘닻 정’이라고 훈독한다. 항구에 배를 대고 닻을 내림으로써 배의 운항을 멈추는 것이 곧 정박인 것이다.
그런데 이 ‘泊’자가 우리 사회에서는 ‘잠잘 숙(宿)’자와 함께 쓰여 ‘宿泊’이라는 말이 만들어져, 가는 날과 오는 날 이틀에다 하루 저녁 잠을 자는 일정을 1박2일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자 어원대로 보자면 ‘宿泊’은 배로 여행하면서 배 안에서 잠을 잘 때 사용하는 말이다. 옛 시의 제목으로 쓰인 ‘泊’은 거의 다 그런 의미이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박진회(泊秦淮)’도 ‘진회에 배를 대고’라는 뜻인데 시의 내용으로 보아 나루에 배를 대고 배 안에서 잠을 자게 된 상황에서 지은 시이다. 또 그 유명한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도 시에 묘사된 정황으로 보아 중국 강소성 한산사(寒山寺) 근처에 있는 풍교라는 다리 아래에 배를 대고 배 안에서 하루 밤을 묵으며 지은 시이다.
“남선북마(南船北馬)”, 즉 “북쪽 지방에서는 말, 남쪽지방에서는 배”라고 했듯이 중국의 장강 이남 지역은 운하가 발달하여 교통과 운송수단으로 말보다도 배를 더 많이 이용하였다. 그러다 보니 여행 도중에 배 안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을 ‘泊’이라는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배에서 잠을 자지 않는 여행 일정에 ‘泊’을 사용하는 것은 좀 어색하다. 그래서 현대 중국어에서는 ‘일야양천(一夜兩天)’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여기서의 ‘天’은 ‘日’과 같은 의미여서 ‘일야양천(一夜兩天)’은 ‘하루 밤, 이틀 낮’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1泊2日도 1夜2日 혹은 1宿2日로 말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