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성장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약 4분기에서 7분기의 파급시차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의 성장세 확대가 물가에 충분히 반영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CPI)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실제 한은의 CPI 전망치는 올 2.0%, 내년 1.8%에 그치고 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가 2%라는 점,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0%에 그치는 등 그간 저물가 상황이 지속돼 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물가가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소위 이같은 필립스곡선 평탄화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경기적요인 외에도 구조적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우선 경기적요인으로는 유휴생산능력이 남아 있어 수요측면에서의 물가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높은 실업률과 낮은 제조업 평균가동률 등으로 남는 인력과 설비가 많다는 것이다.
또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기부진 정도에 비해 임금하락이 충분치 않았던 점도 최근 임금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봤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노동시장의 구조변화, 세계화에 따른 기업간 경쟁 심화, 인플레이션 기대 약화 등을 꼽았다.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하고 임금협상력이 약한 시간제 취업자 비중이 확대된데다 인구고령화 등으로 고용과 임금간 관계가 약화됐다.
또 세계화 진전과 유통구조 혁신 등에 따른 국내외 경쟁 심화로 제품가격 상승에 제약이 있다고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세계적으로 장기간 지속된 저물가 등의 영향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진 점도 성장과 물가 간 연계성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