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세제개혁이 당초 기대에 못미칠 조짐을 보이면서 뉴욕증시 랠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현행 최고 35%인 미국 법인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세입위원회는 법인세율을 내년부터 3%포인트씩 낮춰 오는 2022년에야 20% 수준에 이르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세입위원회의 케빈 브래디 위원장은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성장을 더 끌어올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뉴욕증시 강세장을 이끈 핵심 원동력이었다. 세제개혁이 후퇴하면 증시는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혼조세로 출발했던 뉴욕증시는 블룸버그 보도에 하락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6%, S&P500지수는 0.32%, 나스닥지수는 0.03% 각각 떨어졌다.
TCW의 다이앤 재피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트럼프 정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공포가 시장에 있다”며 “법인세율이 단숨에 낮춰지지 않으면 세제개혁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는 세제개혁에 대한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며 “그의 계획에는 단계적인 인하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동을 순방 준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단계적인 세금인하 없이 한 번에 가는 것”이라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래디 위원장, 상원의원들과 이날 밤에도 전화통화를 하는 등 꾸준히 세제개편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공모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로버트 뮬러 특검이 당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를 1호로 기소했다는 소식도 이날 전해졌다. 이는 러시아 게이트가 부각돼 세제개혁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을 고조시켰다. 대선캠프에서 부본부장을 역임한 리처드 게이츠와 외교정책고문이었던 조지 파파도폴로스도 기소 명단에 포함됐다.
트럼프는 전날 트위터에 “공화당이 역사적인 세제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