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중앙정부와 독립을 요구하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카탈루냐가 유럽연합(EU) 정치 불안정을 더욱 고조시킬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포하자 스페인 중앙정부가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카를로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 등 각료를 일제히 해임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카탈루냐 경찰청장도 해임했으며 자치정부의 대외 서비스 자체도 폐쇄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오는 12월 21일 지방의회 선거도 강제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지난 1975년 프랑코 독재정권이 종식되고 나서 스페인 중앙정부가 헌법 155조를 발동해 자치정부를 해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이날 표결로 독립공화국 선포안을 통과시켰다. 전체 의원 135명 중 70명이 찬성하고 10명이 반대했다. 기권은 2명이었다. 그동안 독립에 반대해온 사회당 등 전국정당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반발해 아예 불참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TV연설로 자치정부 해산 소식을 전하면서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아예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0년 만에 최악의 정치위기를 맞아 라호이는 2개월 뒤에 실시하는 선거로 사태가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물론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이 중앙정부 조치에 반발하면서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충돌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EU는 지난해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에 이어 카탈루냐 사태가 터져 달갑지 않은 격동에 휘말리게 됐다. EU는 최근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포퓰리즘이 성행하면서 정치 불안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스페인이 우리의 유일한 대화상대이며 카탈루냐를 독립국가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스페인 정부도 ‘힘의 논쟁’이 아닌 ‘논쟁의 힘’을 선호하기를 바란다”며 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