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 부산역 ‘삼진어묵’ 매장 임대료 연 37억, ‘뉴욕 5번가’ 보다 비싸

입력 2017-10-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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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공공기관이 젠트리피케이션 주도하는 ‘관(官)트리피케이션’ 경계해야”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코레일유통이 지난해 부산역 2층 23평 넓이의 매장 한 곳에서 받은 임대 수수료가 37억 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이 과도한 임대료를 수취해 입점업체를 내쫓는 ‘관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이 코레일유통 부산역 2층 매장에 입점했던 ‘삼진어묵’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진어묵은 2016년 한 해 동안 코레일유통에 37억8628만원의 임대료를 납부했다.

같은 기간 삼진어묵은 151억4532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0억2847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진어묵은 151억 원을 벌고 6.7%에 불과한 이익을 남겼다. 반면 코레일유통은 자릿세로 전체 매출의 25%를 챙겼다.

이 같은 임대료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2016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5번가의 1㎡당 임대가가 월 309만 원으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8위를 기록한 서울 명동은 1㎡당 월 93만 원이었다. 코레일유통 부산역 2층 매장은 뉴욕 평균의 1.6배, 명동의 5.5배를 기록한 셈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코레일유통이 고정임대료가 아닌, 매출액에 따라 매장 수수료를 받는 ‘수수료매장’ 형태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진어묵이 입점한 부산역 2층의 매장은 기존에는 월 1억5000만원 이하의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진어묵은 2014년 9월 계약 당시 같은 장소에서 월 2억원의 매출을 올려 25%인 월 50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코레일유통과 계약했다.

그런데 어묵에 ‘베이커리’ 판매방식을 도입한 삼진어묵이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면서 부산역 2층 매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계약 기간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2016년 1월에는 무려 15억9801만원의 매출을 올려 임대료만 3억9950만원을 냈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영업을 개시한 2014년 10월부터 종료한 2017년 5월까지 코레일유통에 납부한 수수료가 100억 원에 조금 못 미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높게 형성된 수수료로 인해 기존 입점 업체가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퇴출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삼진어묵 자리는 다른 어묵업체가 입점해있다. 재계약 과정에서 코레일유통이 삼진어묵에 과도한 월 목표매출액과 수수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말 삼진어묵에 12억8000만원의 목표 매출액과 25%의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코레일유통 특유의 ‘최저하한매출액’ 제도를 적용하면, 코레일유통은 삼진어묵에 최소 월 2억8800만원의 수수료를 납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적자를 예상한 삼진어묵은 입찰을 포기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역점 과제로 추진하면서 전국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현상을 방지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공공영역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주도하는 ‘관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영역이 과도한 임대료를 추구하기 시작하면 이 임대료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 전가되고,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높이게 된다”면서 “공공서비스 제공과 공익성의 추구라는 공기업의 본분을 잊고 민간영역을 쥐어짜는 행태는 하루 빨리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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