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제약산업에 뛰어든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이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약산업 특성상 신제품 출시까지 10년이 넘는 장기간의 연구와 고비용 R&D 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내 첫 대상포진 백신, SK케미칼·바이오팜의 이유 있는 적자=10일 국내 첫 대상포진 백신 시판허가를 받은 SK케미칼과 SK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적 반전’을 예상한다.
SK바이오팜은 작년 매출액 7000만 원, 영업손실 61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 하락했다.
SK케미칼 생명과학분야도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1333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68% 떨어졌다. 영업손실은 회복세를 보였다. SK케미칼은 작년 상반기 95억 원의 손실에서 261.39% 회복 상승해 올 상반기 영업손실 26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은 제약 부문의 손실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약산업의 경우 신약 하나를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려 영업손익은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SK케미칼의 R&D 투자는 2008년 시작됐다”며 “신약 개발에 약 10년이 걸린다고 봤을 때 손실이 곧 이익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전’ 기대되는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그룹 계열 제약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적도 좋진 않다. 그러나 여기에도 R&D 비용 투자라는 이유가 있다.
작년 상반기 6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올 상반기 54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6% 실적이 하락했다. 작년 상반기 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올 상반기 4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기업 관계자는 “11월부터 시판에 들어가는 인보사(신제품)의 효능·효과를 보이기 위해선 끊임없이 R&D 투자비용을 늘리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 R&D 투자와 신제품 투자가 병행되면서 적자로 전환된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제품이 판매된다면 투자비용은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관망이다.
◇안정 찾는 ‘천덕꾸러기’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이 선정한 삼성의 5대 신사업 중 하나였지만, 부진한 실적 탓에 오랜 시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사업이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가 분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121억 원에 영업이익 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사상 첫 연간 흑자도 기록할 전망이다.
SK증권 이달미 연구원은 “매출 성장의 주된 원인은 2공장의 가동률이 지난해 20%에서 올해 40%로 상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어 “다만,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적자이기 때문에 지분법 손실에 따라 당기순이익은 올해까지 적자가 지속할 전망”이라며 “순이익 흑자 전환은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바이오 사업의 순이익 흑자의 키를 쥐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최근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유럽에 출시, 일부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30%를 웃도는 등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초기 및 전이성 유방암 항체 치료제 ‘허셉틴’을 복제한 제품(온트루잔트)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출시할 전망이다.
◇꾸준히 상승 중인 LG화학·CJ헬스케어, 배경엔 ‘신제품 출시’와 ‘기술 수출’=올 2분기 화학 분야에서 1위를 꿰찬 LG화학은 제약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일찍부터 제약산업을 하던 LG화학은 산업 내 도약을 위해 올해 초 LG생명과학을 인수했다. 꾸준한 실적을 내던 LG생명과학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4% 증가한 2636억 원이다. 영업이익도 대기업 계열 제약사 중에서 몇 안 되는 상승세를 보인다. LG화학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52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4%, LG생명과학은 영업이익 3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각각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LG화학의 행보에 대해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에 이어 LG화학의 미래 사업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을 바라보고 있다”며 “차후 신약 개발을 위해 ‘항암-면역’ 분야와 ‘당뇨 및 연계질환’ 분야 등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는 계열사인 CJ헬스케어로 제약산업에 참여 중이다. 2015년 기준 제약기업 중 상위 10위를 차지할 만큼 견고한 CJ헬스케어는 지난해엔 5208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면서 LG생명과학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CJ헬스케어 또한 다른 제약사와 마찬가지고 꾸준한 제품 R&D 투자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CJ헬스케어가 꾸준히 긍정적 실적 기록을 내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제품 R&D 투자는 지속해서 이뤄졌지만 동시에 기술 수출이 이뤄지면서 생기는 수익이 비용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