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벌어진 키코(KIKO) 사태로 235개 중소기업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가거나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초 추산했던 폐업 기업수보다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은행 제재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뒤늦게 제기된다.
2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와 키코 피해기업 등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키코 가입 업체 475곳 중 235개 기업이 워크아웃, 법정관리, 파산·폐업 등의 수순을 밟았다. 이 중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종결해 정상화 중인 회사는 30여 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부실채권이나 지분 매각 등으로 경영진이 대부분 바뀌었다.
금감원은 지난 2010년 은행권 조사를 통해 키코에 가입한 기업이 738개이며 이 중 110곳이 도산 등 위기상황에 처한 것으로 파악했다. 7년이 지난 현재 피해 기업의 수가 125곳이나 증가한 것이다.
2010년 은행에 대한 제재심 역시 은행 측 조사 자료를 위주로 논의가 진행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감원이 제공한 제재심 회의록을 보면 2009년 9월에서 2010년 8월까지 키코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만 5차례 열렸다. 그러나 키코 상품구조 자체에 대한 검토나 소비자보호 측면에서의 논의는 거의 없었다. 법원 소송 논지와 결과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매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법원 판결이 어느정도 결정되는 시점까지 제재를 유보하는 것이 타당하다’거나 ‘금감원이 먼제 제재한 후 법원에서 상이한 판결이 나오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회의 내용 역시 키코 자체가 아니라 은행을 손실이전거래와 오버헤지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첨예하게 다뤄졌다.
이는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만 키코 사태를 들여다본 것이다. 오버헤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기준을 설정하고 손실이전거래의 제재 대상 범위 등을 재검토하겠다는 사유로 3·4회차 제재심을 연기하기도 했다.
은행법과 규정 위반 여부를 주로 다루는 제재심의 성격을 감안해도 키코의 본질이 은행의 과도한 영업과 취약한 소비자보호였다는 문제 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마저도 키코 사태가 발생한 2008년 당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손실이전거래와 오버헤지 관련 제재가 대폭 약화됐다. 최종적으로 9개 은행 임직원 72명을 징계했지만 4명만 1개월 감봉 등에 처해졌을 뿐 나머지는 견책·주의 정도에 그쳤다. 막판 수정의결로 경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임직원도 상당수였다.
키코 피해기업 측 관계자는 “감독원이 키코 사태에 대한 조사에 진정성있게 임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측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재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