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일본에서 ‘올해의 신조어’ 대상으로 꼽혔던 ‘바쿠가이((爆買い·중국인 대량 구매 관광객)’가 점차 저무는 대신 도시를 벗어나 일본의 전통마을과 온천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관광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이다.
국내 상황으로 치환하면 어떨까. 큰손 쇼핑객인 유커(遊客)는 3월 15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발 폭탄이 떨어지자 하루아침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경험 콘텐츠를 즐기려는 개별 관광객(산커·散客)이라도 사로잡았나. 대답은 회의적이다.
“저가 관광 말고 한국이 무슨 메리트가 있나. 단지 싸서 오는 것일 뿐이다.” 국내 여행업체 종사자의 자조 섞인 진단은 싸구려 패키지를 무기로 인센티브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의존하던 인바운드 관광의 현실이다.
인바운드 관광의 질적인 하락에는 면세 및 여행업체가 일조했다. 사드발 유탄을 맞자 면세업체들은 ‘나 죽겠다’며 공항 임대료 인하 등은 한입 모아 외치면서도 고질적인 병폐(病弊)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과도한 송객수수료가 대표적인 민낯이다. 면세업체들이 일삼아 오던 송객수수료 관행은 지금이야말로 체질 개선을 위해 반성해야 할 때이다. 물론 사드발 후폭풍으로 업계가 자연스레 10%가량 수수료를 낮추고 있긴 하지만, 반성 없고 내실 없는 콘텐츠에 강매로 얼룩진 관광이 그대로 재개될 경우 병폐가 부활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장기적인 관점의 콘텐츠를 가능케 하는 인프라 구축도 맞물려야 한다. 한국 관광의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인지, 한국을 한국답게 만드는 그 무엇을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다.
지난해 봄날 중국 단체 관광객 8000명을 한강에 불러 모아 ‘치킨 파티’, ‘삼계탕 파티’를 연신 벌였던 당국과 업계를 돌이켜보자니 갑자기 낯 뜨겁다. 설마 그것은 체험 콘텐츠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