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는 이사장 후보를 추가 모집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거래소가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재공모까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이날 거래소는 1차 지원자 중 3~4명을 면접 대상자(숏리스트)로 추려 발표할 계획이었다.
숏리스트 발표 직전에 재공모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면접 대상자에 들지 못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고등학교 후배인 김광수 전 FIU원장은 문재인 정부들어 계속 하마평이 올랐던 인물로, 공모 기간 막판에 응모해 내정설에 휩싸인 바 있다.
그동안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낙점한 인사가 면접 대상에 들지 못할 경우 재공모 혹은 면접 연기 등의 방식으로 새 판을 짜왔다.
거래소 인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이사장 자격에 문제가 제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부산저축은행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결국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직권을 행사해 문을 닫은 곳이 부산저축은행이었던 만큼 지역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의 경력은 이미 공개된 사안인데, 후보추천위원들이 이 사실을 새삼 문제 삼았다는 데 의문이 남는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후보 추천위원에게 청와대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냐는 관측은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새롭게 응모할 인물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기고 선배인 진영욱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는 국제금융 업무를 함께 한 경력이 있다. 문재인 캠프 출신으로는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먼저 거론된다. 김 전 청장은 2012년 대선 때 문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 지정이 된 이후에는 이사장의 경우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는 사라졌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금융위원회에서 1개월 내 반대 의사를 표명할수 있어 사실상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