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서 시작해 대서양을 따라 미국의 등뼈처럼 올라가는 유명한 산맥이 애팔래치아 산맥이다. 레드넥은 펜실베이니아주와 오하이오주를 거쳐서 미국의 동북단 메인주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에 거주하는 살림살이가 궁핍한 백인들을 말한다.
마약에 빠진 어머니를 둔 저자는 불우한 날들을 극복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적인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불과 서른한 살밖에 되지 않은 저자의 자서전 격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당장 실용적 지식을 구하기 힘든 책을 끝까지 읽기 위해선 특별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소설에 비할 수 없는 논픽션만의 특별함을 갖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역경 속에서도 한 인간이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가난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가’라는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더욱이 한 사회가 가난을 치유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대증요법이란 것이 얼마나 효과가 없는지 등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를 두고 툴툴대는 사람들에겐 “이 사람들도 이렇게 힘들게 사는구나”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저자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은 전형적인 러스트 벨트에 속한 지역으로 한때 철강업이 고향민의 자부심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일본 기업이 인수해 잘해 보려 하였지만 결국 손을 들고 떠나면서 마을 전체는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서평자는 이 책을 ‘변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하였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이 없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생활 수준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 정도의 생활 수준조차 끊임없이 갈고 닦고 조이는 노력이 없으면 결코 유지할 수 없다.
앞으로 정말 많은 산업들이 바다를 건너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산업 역사가 짧은 우리로서는 특정 업종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지역이 몰락하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할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 시대의 교훈을 담은 책이다.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하여 이런저런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가난한 백인 출신의 자녀로 성장한 저자는 “그런 것들이 자립 의지가 없다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사회적인 구호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책은 가난의 책임이 무기력, 불성실, 무책임, 무계획 등과 같은 개인적인 잘못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평생 무책임과 마약에 젖어 산 어머니와 그 주변을 보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일은 웬만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용기다. 하지만 한 사회가 가난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또한 한 인간이 역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용기와 지혜를 주는 책이다. “모든 책임은 사회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