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엔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한화그룹이 방산 계열사가 아닌 증권사를 내세운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TX엔진 매각 본입찰이 오는 22일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초 STX엔진 예비입찰에 참여해 숏리스트(인수적격자)로 선정된 후보들은 현재 창원(엔진 부문), 용산(전자통신 부문) 공장 등을 돌며 현장실사와 함께 경영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을 통해 예비입찰에 참여한 한화그룹은 STX엔진의 디젤엔진 사업(민수·특수)과 전자통신 사업 중 후자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문이 올 상반기 STX엔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불과하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1.7% 수준으로 미미한 편이다.
이에 사업군 일부만 인수를 원하는 한화 측이 전략적으로 한화테크윈 등 방산 계열사가 아닌 한화투자증권을 우선 매수 주체로 세운 것이라는 업계 관측도 나온다. 대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때는 특수목적법인(SPC)이나 PE를 앞세워 정체를 아예 감추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계열 증권사를 통해 참여사실을 알린 점도 이색적이라는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TX엔진이 ‘통매각’으로 공고된 상황에서 분리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화라는 브랜드 가치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는 추후 SPC 설립 등 인수 설계를 짜기도 편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앤컴퍼니 등 일부 인수희망자가 STX엔진과 STX중공업까지 주기·보기엔진 제조사 동시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이번 매각의 판세를 움직이는 요소다.
현재 회생절차 과정에서 매각이 진행 중인 STX중공업은 선박의 프로펠러를 돌리는 주기엔진(대형저속엔진)을 주로 생산한다. 반면 STX엔진은 선박 가동을 위해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보기엔진(중형중속엔진)이 주력 생산품이다. 엔진 부문의 사업적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는 인수자라면 사실상 용인 공장부지 가치가 대부분이라고 평가되는 전자통신사업부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유력 인수후보들의 의견이 맞아떨어지면서 STX엔진은 반드시 통매각이 아니어도 연내에 새 주인을 만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다만 국내 조선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수출이 가능한 민수엔진 부문 가동률이 20%에 불과한 점은 실사 중 매각의 걸림돌로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의 일부 자체개발 라인을 제외하고는 국내 엔진 제조업체들은 모두 해외 라이선스를 빌려 쓰고 있어 계약조건상 내수판매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각 전부터 지적돼 온 STX엔진의 차입금 만기 연장 문제도 본입찰 전까지 채권단과 인수후보자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다. 숏리스트 일부 참여자들은 올해 말 돌아오는 차입금 만기 연장은 물론이고 자율협약 과정에서 적용받은 낮은 금리(1~5%)를 매각 이후에도 일정기간 유지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