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썰렁하다’는 말을 적잖이 사용하고 있다.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썰렁하다고 한다. ‘썰렁 개그’라는 말은 이미 우리 사회에 굳어진 말인 것 같다. 딴에는 우스운 얘기를 했는데 웃기는커녕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을 때 그것을 ‘썰렁 개그’라고 한다. 젊은 세대들 앞에서 옛날 개그를 하면 어김없이 ‘아재 개그’, ‘썰렁 개그’라는 핀잔을 듣는다. 농담에도 현격한 세대 차이가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썰렁하다’는 말은 최근에 사용하게 된 말이 아니다. 표현이 달라서 그렇지 진작부터 사용해 오던 말이다. ‘한심하다’는 말이 곧 요즈음의 ‘썰렁하다’는 말과 거의 같은 말이다. ‘한심’은 ‘찰 한(寒)’자를 사용하여 ‘寒心’이라고 쓴다. 직역하자면, ‘마음을 차게 한다’는 뜻이니 이는 곧 주변 사람의 마음을 썰렁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전은 ‘한심(寒心)하다’를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거나 기막히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흔히 사용하는 ‘한심한 녀석’이라는 표현이 바로 그런 의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딱하거나 기가 막히게 하여 마음을 차갑게 얼어붙도록 하는 사람이 곧 ‘한심한 녀석’인 것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한심한 사람도 많고 한심한 일도 많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채 옛 추억과 경험에만 사로잡혀 자신의 추억과 경험에 맞는 세상을 만들고자 시대를 거꾸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도 한심하고, 걸핏하면 태극기가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들고 나와 사리에 맞지 않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한심하다.
‘썰렁 개그’는 개그이기 때문에 다소 썰렁하더라도 썰렁한 채 그냥 지나가면 되지만 나라를 이끌어 가는 일은 썰렁하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국민의 마음을 썰렁하게 하는 정치인이 바로 한심한 정치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