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건축물] 대림산업 이순신대교, ‘노량해전 격전지’ 앞 국내 最長 현수교

입력 2017-08-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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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 1등급’ 진도8 강진에도 끄떡없어…‘1만2800가닥’ 케이블 4만t 하중 지탱

▲이순신대교 전경 (사진제공=대림산업)
▲이순신대교 전경 (사진제공=대림산업)

국내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이순신대교’는 시공사인 대림산업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자랑이기도 하다. 대림산업이 이 건축물에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새길 수 있었던 당당함은 이처럼 우수한 기술력에 대한 자긍심으로부터 나올 수 있었다.

◇주탑 간 거리 1545m… 국내 최장, 세계 4번째 길이 = 전남 여수시 묘도동과 광양시 금호동을 연결하는 이순신대교는 왕복 4차로, 총 다리 길이는 2260m다. 주탑과 주탑 사이를 말하는 주경간장(主徑間長) 길이는 무려 1545m에 달한다. 주경간장 길이를 1545m로 설계한 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년인 1545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리가 연결하는 여수가 이순신 장군의 전라좌수영 본영이 있던 곳이라는 점과 광양 앞바다가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노량해전이 일어난 곳이라는 점에서 이순신대교로 이름 붙였다.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데도 현수교를 건설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선박의 통행이다. 현수교는 교각사이의 거리인 경간(徑間)을 넓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선박의 통행이 용이하다. 이같은 이유로 주경간장의 길이는 현수교의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이순신대교의 주경간장 길이 1545m는 단연 국내 최장이다. 1991m의 일본 아카시대교 등에 이어 세계에서는 4번째로 길다. 이순신대교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국내에서 가장 긴 주경간장 길이는 인천대교의 사장교 구간으로 800m에 불과했다.

◇63빌딩보다 높은 주탑… 4만톤 버티는 케이블 = 이순신대교 양쪽 주탑의 높이는 해발 270m로 262m의 서울 남산, 249m의 63빌딩보다 높다. 완공 당시 기존에 최고(最高) 높이의 현수교 콘크리트 주탑이었던 254m의 덴마크 그레이트 벨트교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현수교 주탑으로 시공됐다. 바다에서 상판까지의 높이는 최대 85m, 평균 71m로 아파트 20층 높이다.

주탑 사이의 선박운항 가능 폭은 국내 최장인 1310m이다. 길이 440m의 1만80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만8000개 선적)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도 안정적으로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폭이다. 또 진도 7~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1등급 기준이 설계에 적용됐다. 이는 1000년에 1번 꼴로 발생하는 대형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이순신대교의 주탑과 주탑 사이를 연결하는 케이블에는 세계 최초로 1860MPa(메가파스칼)급의 인장강도를 보유한 직경 5.35mm의 초고강도 강선(鋼線)이 사용됐다. 피아노 줄 같은 강선 한 가닥이 코끼리 한 마리 무게인 4톤의 하중을 지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강선 1만2800가닥을 평행하게 배열해 케이블이 만들어졌다. 케이블 하나의 직경은 677mm이고, 두 개의 케이블 무게는 1만2773톤으로 총 4만 톤의 하중을 거뜬히 지지할 수 있는 강도다.

이순신대교가 창출하는 경제유발효과는 2조2000억 원에 이른다.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광양국가산업단지 간의 원활한 물동량 수송, 물류비용 절감, 광양만권에 대한 설비투자여건 개선 등의 효과 덕이다. 이순신대교가 놓이며 두 국가산업단지 간의 이동거리는 60km에서 10km로, 이동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순신대교 건설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생산유발 1조8734억 원, 부가가치유발 3494억 원, 고용창출 2만6192명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첨단공학이 낳은 마스터피스 = 이순신대교를 설명하는 제1의 키워드는 기술력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내 현수교 중 상당수는 해외의 기술로 만든 다리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광안대교부터 남해대교, 영종대교, 소록대교 등 그간 국내에서 시공된 현수교는 외국의 장비와 기술진의 힘을 빌려 만들어졌다. 자연히 그만큼의 국부 유출로 이어져 총 공사비의 약 10%가 기술 이전의 비용으로 해외에 지불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대림산업 컨소시엄(현대건설, SK건설, 동광건설, 금광기업, 남양건설, 새천년종합건설이 참여)이 이순신대교를 순수한 국내 기술로 완공하며 한국은 6번째 현수교 기술 완전 자립국을 선언할 수 있게 됐다. 국산 장비, 자재, 기술진으로부터 설계·시공·유지·보수 등 모든 과정을 자국 기술로 만들어낸 첫 현수교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이순신대교는 국내 건축 역사에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이순신대교 시공과정에는 대림산업의 박사 3명과 구조기술사 4명 등 국내 고급 기술인력들이 현장에 투입됐다. 시공을 위해 8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100여편의 관련논문을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 시공에서 얻은 경험과 한국형 현수교의 원천 기술을 토대로 해외 특수교량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 성과로 지난해 7월 세계 최장 현수교 건설사업인 터키 차나칼레교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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