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 주민들이 상수도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수돗물이 오염됐다며 서울특별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주민 김모 씨 등 3341명이 서울시와 LH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시와 LH는 김 씨 등에게 각각 10만~20만 원씩 총 4억4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는 아파트 상수도관에 설치된 중간 제수밸브가 잠겨진 상태로 장기간 방치돼 오염된 수돗물이 아파트 각 세대로 유입된 것"이라며 "주민들이 불쾌감·불안감 등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LH에 대해 "상수도 시설의 관리권한과 책임이 있었음에도 중간 제수밸브를 잠긴 상태로 방치하는 등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또한 담당 지방자치단체이자 상수도사업자로서 시설을 확인·점검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주민들이 낸 10억여 원 상당의 수도요금을 돌려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수돗물 사용에 대한 대가의 지불"이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LH는 2009년 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받아 공사를 시작한 뒤 2013년 2월 대부분 세대의 입주를 끝냈다. 그런데 같은 해 7월 5~6일 이틀간 아파트 각 세대에서 색이 누렇고 탁한 수돗물이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들이 해당 수돗물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보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납, 크롬 등 10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넘었다.
입주민 일부는 서울시와 LH를 상대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35억230만 원 상당의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위는 주민들에게 지연손해금 4억900만 원을 줘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으나, 시와 LH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해 결정 효력이 없어졌다. 이후 주민들은 서울시와 LH를 상대로 7억3800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