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의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 진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던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로봇수술, 2인실 병실 인원료 등 3800개의 비급여 진료 항목이 2022년까지 단계별로 보험 급여를 받게 된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30조6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시행되면 국민 1인당 평균 의료비 부담액이 41만6000원으로 2015년(평균 50만4000원)에 비해 약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강보험 보장 수준을 확대해 의료비 걱정이 줄어드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건강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3대 비급여 부담도 ‘뚝’… 사회적 약자 지원 강화 =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60% 초반에 머물러 있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치료에 꼭 필요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일부라도 건강보험 범위 안에 포함키로 했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는 아예 없애거나 줄인다. 15~ 50% 진료비를 더 부담하는 선택진료제는 내년부터 완전 폐지된다. 지금까지 4인실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됐으나, 내년부터 2, 3인실도 적용된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현재 2만3000개 병상에서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늘린다.
노인, 아동, 여성 등 취약계층 의료비 부담도 완화된다. 중증치매환자는 올해 10월부터 산정특례를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기존 20~60%에서 10%로 대폭 완화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틀니, 임플란트에 대한 본인부담률은 현재 50%에서 30%로 낮춘다. 15세 이하의 입원진료비는 본인부담률을 5%로 경감하고, 만 44세 미만 여성은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난임 시술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저소득층의 본인부담 상한액은 낮춘다. 소득하위 50% 가구의 상한액은 올해 122만~205만 원에서 내년에는 80만~150만 원으로 줄어든다.
◇ 5년간 30조6000억 투입… 건보료 인상 우려도 =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신규예산 6조5600억 원을 포함, 총 30조6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필요한 재원을 그간 확보한 건강보험 흑자분으로 충당해 국민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흑자로 인한 누적 적립금이 20조656억 원 중 10조 원을 보장성 강화에 5년간 투입하고, 최근 10년간(2007∼16년)의 평균 건보료 인상률(3.2%)에 맞춰 매년 보험료율을 조정할 뜻을 밝혔다. 앞으로 3%대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향후 건강보험의 재정 전망은 썩 밝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현재 21조 원인 누적 적립금도 2023년에 바닥을 드러내고, 2025년에는 적자규모가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인 인구 증가도 변수다. 젊은이의 3배 진료비를 쓰는 노인인구는 5년 뒤인 2022년에는 현재보다 190만 명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고려했을 때 연 3% 이상 대폭 인상하지 않을 경우 재정 악화를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