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동양생명 연금보험상품에 가입했다는 김모 씨는 예치 보험금 이자를 덜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동양생명이 ‘예정이율 + 1%(8.5%)’로 예치된 보험금을 부리(附利)해 주겠다고 했는데, 부리이율을 이보다 낮은 정기예금이율로 바꿔 버렸다”고 했다.
보험금을 예치하는 상품은 이제 팔지 않는다. 이 상품은 2000년대 전후 고금리 시기 한화, 교보, 동양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이 앞다퉈 팔았다. 고액 예치금을 받아 돈을 굴려 높은 자산운용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저금리로 완연히 접어들자, 보험사들은 8.5% 이율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2015년 들어 예치이자에 소멸시효(消滅時效)를 주장하고 나섰다. 소멸시효 기간인 3년(2015년 3월 이전은 2년)까지만 8.5%로 부리해 주겠다고 했다. 약관에는 ‘예정이율 + 1’로 부리해 주겠다는 내용은 있지만, 부리 기간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보험사들은 이 부분을 파고들며 소멸시효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적인 소비자 수준에서 생각해야 한다. ‘예정이율 + 1%를 연 단위 복리로 계산한 금액을 더해 준다’는 약관 내용을 보고, ‘3년까지만 부리해 주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있을까.
소멸시효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애초 약관에 2년 혹은 3년까지 부리해 준다고 명시했어야 한다. 더구나 이자에는 소멸시효를 주장하면서 원금은 이에 무관하게 주겠다는 논리의 모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보험사들이야 그렇다 쳐도, 금융감독원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 금융당국으로서 해결자 노릇을 해야 하지 않을까.
담당부서인 금감원 감리실과 준법검사국은 “현장 점검은 했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시민단체는 “2년 전에 한 현장 점검인데, 아직까지 조치를 안 내리고 있다”고 한다.
정말 칼을 빼 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