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에 이어 후지필름 산하의 후지제록스도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실적을 최우선으로 치는 일본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후지필름은 12일(현지시간) 회계부정 문제에 책임을 지우는 차원에서 야마모토 다다히토 후지제록스 회장을 해임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후지필름은 자회사인 후지제록스의 뉴질랜드 판매회사가 지난 4월 복합기 임대 거래를 둘러싸고 회계부정을 저질러 220억 엔(약 2264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호주 판매 자회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각돼 작년을 포함해 지난 6년간 총 손실액이 375억 엔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후지제록스 측은 회계 부정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하고자 모기업인 후지필름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후지제록스의 야마모토 회장이 물러나면서 모회사인 후지필름의 고모리 시케타가 최고경영자(CEO)가 후지제록스의 회장도 겸임하게 된다. 또한 후지필름은 야마모토 회장을 해임하는 동시에 후지제록스의 요시다 하루히코 부사장, 야나가와 가쓰히코 전무 등 총 6명의 임원이 6월 말 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후지필름에서 고모리 CEO를 포함해 7명의 임원이 후지제록스에 파견, 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이다. 후지필름의 겐지 스케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2일 기자회견에서 “후지제록스의 기업 지배 구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후지필름은 후지제록스에 뿌리내린 매출 제일주의가 회계부정을 유발했다고 자성했다. 이런 매출 제일주의는 직원의 보수를 매출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책정하는 데서 비롯됐다. 매출이 목표에 못미칠 경우에는 보수를 챙기기 위해 매출을 미리 발생시키는 식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한 것이다. 후지필름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후지필름의 고모리 CEO와 겐지 CFO는 4~6월 월급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후지제록스의 야마모토 회장을 포함한 임원 10명의 연봉도 10~30% 깎이며 상여금도 줄어든다. 회계 부정을 저지른 해외 현지 법인의 간부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후지제록스는 후지필름의 효자회사다. 후지필름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후지제록스에서 발생한다. 후지제록스 출자액의 75%를 후지필름이 차지하는데도 후지제록스가 독립적인 의식이 강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후지제록스의 복합기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고모리 CEO가 후지제록스 수장을 겸하며 기업 재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