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가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하자 급락했다. 차입금 상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했지만,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29일 두산인프라코어는 전 거래일(9010원)보다 13.54% 떨어진 779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개장과 함께 급락세로 출발한 두산인프라코어는 한 때, 전일 대비 14.4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거래소는 장중 한때 이 종목에 대해 변동성완화장치(VI)를 발동하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급락은 BW 발행 결정에 따른 영향이다. 회사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5000억 원의 BW를 발행, 오는 10월 콜옵션 행사를 앞두고 있는 55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BW란 회사채 형식으로 발행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사채다. 두산인프라코어가 BW 발행을 결정한 것은 투자자들이 우려해 온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하는 한편 회사 신용도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기 위한 조치다.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것은 낮아진 전환가액으로 신규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기존주주들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투자자들은 통상 BW 발행을 반기지 않는다. 삼성증권(9600원→8000원), 대신증권(1만2000원→1만 원) 등 증권사들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주인수권이 9090원에 전량 행사된다고 가정할 때 신규 발행 주식수는 5500만 주로, 이는 기존 발행 주식수의 27%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이 주가에 따라 재조정되는 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주주가치 희석 효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를 보다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BW 발행으로 하반기 유동성 리스크가 해소됐고, 신흥국과 중국의 건설기계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단기 주가 하락 이후 실적 개선 기대감에 따른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