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무역흑자의 배경에는 “지나치게 약한(Too weak)” 유로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적한 독일의 대규모 무역흑자의 일부 책임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으로 돌린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베를린의 한 학교에서 열린 패널토론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무역 불균형 해소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로화는 ECB의 통화정책으로 지나치게 약세”라면서 “이에 독일산 제품 값이 상대적으로 싸졌고 이 때문에 더 많이 팔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CNBC는 메르켈의 발언은 프랑스와 독일 간의 무역 불균형에 관한 답변인 듯 하지만 사실상 오는 26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스탠스를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리스 슐로스베르크 BK자산운용의 환율전략 부문 매니징디렉터는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를 향해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독일은 일정 부분의 유로 강세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르켈의 사실상 립서비스이지 강한 유로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메르켈은 현 수준의 유로 가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유럽 경제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메르켈 발언 영향으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상승했다. 장중 한때 유로·달러 환율은 6개월래 최고치인 1.127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슐로스베르크 매니징 디렉터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이날 유로화 강세에 불을 붙였다”면서 “유로화는 지난주 2.5% 상승한 이후 약세를 보여왔는데 메르켈 총리의 발언으로 그간의 낙폭을 만회하고 한때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는 650억 달러(약 72조7090억원)에 이르는 미국의 대(對)독일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고품질로 인해 판매 증가와 그로 인한 흑자일 뿐 환율조작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