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잡담] 문재인 대통령님, 청와대 첫날밤 김정숙 여사께 잔소리 듣진 않으셨나요?

입력 2017-05-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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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홍은동에서 청와대로 이사가던 날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약 두 달간 비어있던 청와대가 드디어 새 주인을 맞았습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서울 홍은동 사저를 떠나 청와대 관저에 입주했습니다. 지난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내부 수리를 위해 사흘간 홍은동에서 청와대로 출퇴근을 해왔죠. 소탈한 행보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두 사람이 홍은동 ‘금송힐스빌’을 떠나는 날 역시 여느 대통령의 이사와는 달랐습니다.

홍은동의 작은 골목을 시끌시끌하게 했던 대통령의 이삿날입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웃 여러분, 금송힐스빌에 살아서 참 좋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이사 전날인 12일. 대통령의 이웃인 주민들에게 시루떡 한 상자가 배달됐습니다. 상자에는 ‘Thank you. 이웃 여러분, 금송힐스빌에 살아서 참 좋았습니다’,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드림’ 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요. 바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같은 빌라에 살던 이웃 주민 모두에게 시루떡을 돌린 것입니다. 실제 금송힐스빌에 거주 중인 주민은 인터넷에 시루떡 ‘인증샷’과 함께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사를 왔을 때도 떡을 돌렸었다”며 “이번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하기도 했죠.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사인은 여기 하면 돼요?”

문재인 대통령 없이 혼자 이사를 준비한 김정숙 여사.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들을 홍은2동 주민센터에 기부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축하 난을 구청 차량에 싣기 위해 바깥에 나타난 김정숙 여사의 모습은 친근 그 자체였습니다. 파란색 상의에 회색 패딩 조끼를 입고 스카프를 두른 채 편한 검은색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었는데요. 이사 준비에 최적화된(?) 복장의 김정숙 여사는 구청 서류에 사인을 한 후 본격적인 이사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몰라 몰라. 나도 밥 먹을라 그랬는데 들어가서 라면 하나 끓여 드세요”

그런데 바깥에 한 민원인이 나타났습니다. 60대의 민원인은 김정숙 여사를 향해 “국토부의 정경유착을 해결해 달라”면서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라고 소리를 질렀는데요. 김정숙 여사는 곧바로 속상한 표정으로 흥분한 민원인에게 다가가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고, 배고프다는 얘기 듣고서는… 나도 밥 먹을라 그랬는데 들어가서 라면 하나 끓여 드세요”라고 말하며 민원인의 손을 잡고 이끌었죠. 이후 바깥으로 나온 민원인의 손에는 족발과 비빔국수, 그리고 방울토마토가 한가득이었습니다. 그는 “내 말을 들어줬으니 이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사라졌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세탁물 오면 저한테...” “왜 못 봐, 또 온다니까”

오후 5시께, 드디어 모든 이사 준비를 마친 김정숙 여사는 밖으로 나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김정숙 여사는 가장 먼저 경비원을 찾아 그의 손을 꼭 잡고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며 진심 어린 인사를 했는데요. 김정숙 여사는 이어 “오늘 세탁물을 보냈는데 며칠 내로 올거다”, “세탁물이 오면 저한테 연락주세요”라며 여느 주부와 다를 것 없는 꼼꼼한 당부를 하기도 했죠.

떠나는 김정숙 여사를 배웅하기 위해 작은 빌라에는 수많은 주민이 모였습니다. 특히 백발의 한 할머니는 김정숙 여사에게 “청와대로 가면 못 볼까봐 왔다”며 아쉬운 인사를 전했는데요. 김정숙 여사는 “왜 못 봐, 또 온다니까요”, “건강히 계세요”라며 특유의 명랑함으로 할머니를 위로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 심지어 강아지까지. 함께 셀카를 찍고 사인을 해주며 일일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김정숙 여사는 이사 차량에 탑승해 정든 홍은동 사저를 떠났습니다. 김정숙 여사는 창문을 내리고 아쉬움의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주민들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했죠. ‘영부인’이 아닌 ‘김 여사’로 불리고 싶다는 소탈하고 친근한 김정숙 여사의 이사가 마침내 마무리됐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그런데

김정숙 여사가 ‘열일’하며 이사를 하던 때 문재인 대통령은 어디 있었냐고요?

아침 일찍 등산복을 차려입고 집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이제 이사를 가니 안 오셔도 됩니다”라며 쿨하게(?) 인사한 문재인 대통령. 그는 취임 후 첫 주말을 맞아 기자들과 함께 북악산 등산길에 올랐습니다.

이사일 제쳐두고 등산이라니(닭백숙도 먹고), 네티즌들은 ‘30년 부장 포스(?)’의 ‘현실 남편’ 같은 모습이라며 폭소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에서 첫날밤을 잔소리를 들으며 시작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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