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부모 잃은 미성년 재산, 은행 맡아달라”…선입견 깬 고모

입력 2017-04-19 10:40 수정 2017-04-19 12:3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성금 등 15억 온전히 돌려주려했지만 의심 눈초리에…‘특정금전신탁’ 신청

3년 전 세월호 참사로 8세인 A양은 홀로 남겨졌다. 온 가족이 제주도 새집으로 이사 가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부모와 오빠를 모두 잃은 A양을 고모 B(53)씨가 맡았다. 사고 이후 B씨는 조카의 법적 대리인이 되고자 법원에 미성년후견인 선임심판을 청구했다. 성인(19세)이 될 때까지 A양을 돌보고 재산 등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A양 부친의 시신을 세월호에서 인양하지 못해 사망이 확정되지 않아 재판은 미뤄졌다. 대신 법원은 B씨를 A양의 임시 후견인으로 정했다.

하지만 국민성금‧보험금‧배보상금 등 15억 원 상당의 돈을 관리하는 게 문제였다. B씨는 안전하게 돈을 관리해 A양이 성인이 될 때 온전하게 돌려주고 싶었다. 주변에 의심의 눈초리를 무시할 수 없었고, 자신에게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고민하던 B씨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법원에 이를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B씨가 신청한 ‘특정금전신탁’은 금융기관이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뒤 그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혈혈단신으로 남겨진 어린이가 거액을 소유하고 있다면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은 사례가 비일비재한 슬픈 현실에서, A씨를 보호하려는 B씨의 정심(正心)이 법원에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서울가정법원 24단독 이진영 판사는 B씨가 낸 임시후견인의 권한초과행위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법원 판결로 A양의 재산은 30세가 될 때까지 은행이 관리한다. A양은 계약 기간 동안 매달 자신의 계좌로 250만 원을 받는다. 만 25세가 되면 남은 재산의 절반을, 만 30세에는 나머지 재산을 갖는다.

미성년 후견인이 신탁 청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민법은 친족 중 가장 가까운 연장자가 자동으로 후견인을 맡도록 했다. 하지만 후견인이 미성년자가 물려받은 재산을 탐내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2013년 7월부터 법원이 후견인을 정하고 관리ㆍ감독을 하도록 민법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뒤늦게 재산을 빼돌린 것을 알아채는 등 빈틈이 생기곤 했다.

후견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개인 신탁은 보편적이지 않아 잘 활용되지 않았다”며 “아무도 못 건드릴 수 있으므로 재산관리방법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나 범죄 등으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자의 재산을 금융기관 신탁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해 미성년자의 복리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어떤 주담대 상품 금리가 가장 낮을까? ‘금융상품 한눈에’로 손쉽게 확인하자 [경제한줌]
  • 2025 수능 시험장 입실 전 체크리스트 [그래픽 스토리]
  • "최강야구 그 노래가 애니 OST?"…'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를 아시나요? [이슈크래커]
  • 삼성전자, 4년 5개월 만 최저가...‘5만 전자’ 위태
  • 고려아연, 유상증자 자진 철회…"신뢰 회복 위한 최선의 방안"
  • 재건축 추진만 28년째… 은마는 언제 달릴 수 있나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불허…“관련 법익 종합적 고려”
  • ‘음주 뺑소니’ 김호중 1심 징역 2년 6개월…“죄질 불량·무책임”
  • 오늘의 상승종목

  • 11.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8,823,000
    • +4.2%
    • 이더리움
    • 4,635,000
    • -0.28%
    • 비트코인 캐시
    • 614,000
    • -0.24%
    • 리플
    • 997
    • +1.32%
    • 솔라나
    • 301,800
    • +0.37%
    • 에이다
    • 834
    • +1.96%
    • 이오스
    • 789
    • +0.38%
    • 트론
    • 253
    • -0.39%
    • 스텔라루멘
    • 183
    • +5.1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2,350
    • -0.48%
    • 체인링크
    • 19,970
    • +0.05%
    • 샌드박스
    • 417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