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승부수 띄운 메이, 캐머런 전철 피할까

입력 2017-04-19 09:17 수정 2017-04-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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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겠다고 전격 발표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겠다고 전격 발표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장고 끝에 6월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본격 협상을 앞두고 총선을 실시해 국론을 통합하고 강력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브렉시트’라는 도박을 했다가 낭패를 본 만큼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 카드 역시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내각 회의를 주재한 메이 총리는 런던 다우닝 10번가 총리 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원을 해산하고 원래 2020년 예정인 총선을 오는 6월 8일로 앞당기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적인 브렉시트를 이끌 강력한 정권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으로 부득이하게 조기 총선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하나로 통합되고 있지만 웨스트민스터(영국 의회)는 그렇지 않다”면서 “의회 내 분열은 브렉시트를 성공으로 만드는 우리의 능력을 위험에 빠뜨리고 영국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국 정부는 올바른 브렉시트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국 하원은 19일 조기 총선 방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한다. 조기 총선 요청안이 가결되려면 의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하원 650석 가운데 과반인 330석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수도 이날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 요구에 환영 입장을 밝혀 무난하게 의회 가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는 그간 조기 총선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야당은 물론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의견을 물리치려다 오히려 “불안정성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랬던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노동당 등 야권과 상원이 끊임없이 정부의 하드 브렉시트 정책 추진을 방해해왔기 때문.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론이 분열돼 앞으로 EU와의 탈퇴 협상도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내에서는 여전히 소프트 브렉시트와 영국의 EU 잔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선 시점을 6월 초로 요구한 것은 EU와의 탈퇴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고비에 접어들기 직전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의회 내 통합을 이끌어 하드 브렉시트 협상력을 높인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6월 프랑스에서는 국민의회(하원) 선거가 있어 EU 쪽도 정신없어 이 시기에 메이 총리가 정권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적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투표 없이 총리직에 올랐다는 비판도 메이가 조기 총선을 결심한 계기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7월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은 메이와 차기 여성 총리 자리를 놓고 강력히 경쟁했으나 “자녀가 없는 메이보다 내가 더 적임자”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질타를 받다 결국 중도 사퇴했다. 그 결과 메이는 보수당 경선에서 단일후보에 올라 투표 없이 총리직을 거머쥐었다.

전문가들은 조기 총선에서 여권인 보수당이 이긴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확보해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정국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총선에서 고전하면 정권 구심력이 약화돼 EU와의 협상력이 타격을 입게된다. 총선 결과로 브렉시트가 철회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보수당이 하원 해산 전과 비슷한 수준의 의석수를 확보하는 데 그친다면 메이 총리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가 주도하는 하드 브렉시트 전략 수정 요구가 커질 수도 있다. 전임자인 데이비디 캐머런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캐머런 총리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자 국운을 걸고 브렉시트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2015년 총선 당시 보수당 내 강경파를 달래 총선에서 승리할 생각에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그 결과 캐머런은 총선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지난해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날 것을 예상하지 못 하고 밀어붙이다 참패해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믿는 구석은 있다. 영국 BBC가 이달 발표된 총 5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은 평균 43%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은 25%에 그쳤다.

한편 영국은 작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올 3월말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EU에 탈퇴를 통보했다. 이에 5월말 또는 6월 초부터 영국과 EU와의 본격적인 탈퇴협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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