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대체투자 열풍 속에 가파르게 증가하던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부동산 투자 행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해외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재매각(셀다운·Sell Down)’이 난항을 겪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부동산을 되팔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HMC투자증권 등이 함께 인수한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미국 본사 사옥의 경우 1700억 원가량을 재매각할 예정이었지만, 이 중 700억 원가량이 팔리지 않았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인수한 영국 아마존 물류센터 역시 800억 원 정도가 미매각 물량으로 남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외 부동산 재매각 또한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인수한 프랑스 노바티스 파리법인 사옥의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증권은 독일 코메르츠방크 타워를 판매 중이다. 지난달 JB자산운용이 미국 덴버의 컴캐스트 사옥 빌딩 인수를 포기한 사례도 함께 언급되고 있다.
재매각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수요자인 기관투자자들의 기류가 변했기 때문이다. 거래 기간이 짧은 해외 부동산 거래 특성상 증권사들은 일단 자기자본으로 물건을 매입한 뒤, 기관투자자에게 재매각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증가세였던 지난 몇 년과는 달리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검토를 중단한 미매각 물량은 고스란히 증권사 몫으로 남게 된다. 일각에서는 해외 부동산 재매각 난항을 두고 ‘예정된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이슈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증권가에서는 미국, 홍콩 등 주요국의 부동산 거래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금리인상기 해외 부동산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물량이 적체되자 일부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로 물량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문제가 있는 자산을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논란거리다. 자칫 ‘불완전판매’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문제를 대비해 하반기 중 해외 부동산 투자 실태와 리스크 관리 문제를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