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사이트에서 상품 하나당 댓글이 20만~30만 개씩 달리는 건 기본입니다. SNS에서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하는 왕홍 중에서는 팔로어가 수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도 있죠.”
13일 서울 합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천계성 메저차이나 대표(36)는 “중국은 사이즈가 다른 시장”이라면서 “이런 거대한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려면 그들의 구매 패턴과 소비성향을 봐야 한다. 이를 빅데이터로 고객사에 투명하게 보여줘 마케팅을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이어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왕홍은 걸어다니는 매체에 가깝다”며 “광고주 처지에서 수백만의 광고 매체가 있는데 누구와 손을 잡을지, 어떤 왕홍이 실제로 영향력이 있고 우리 브랜드와 제품 홍보에 적합할지 알기 어렵다. 이를 찾아주는 것도 우리의 다른 일”이라고 사업을 소개했다.
지난해 3월 창업한 메저차이나는 빅데이터 자동수집 기술에 기반, 중국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머스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의 마케팅 의사결정을 돕는 스타트업이다. 위챗·웨이보·잉커 등 소셜미디어와 알리바바 타오바오몰·티몰 등 주요 온라인몰, 또 여기서 활동하는 왕홍과 소비자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고객사는 주요 온라인상에서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가 얼마나 언급되고 있고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고 메저차이나는 이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천 대표는 “중국에 진출하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과 다국적 기업이 주된 고객사”라며 “반년 만에 엘지생활건강, 호텔스컴바인 등 국내외 다수 기업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했다. 현지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증권사도 포함돼 있다”고 웃음 지었다.
메저차이나는 나아가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건에 적합한 왕홍을 중개해주기도 한다. 회사는 현재까지 약 1만 명의 왕홍을 분석한 인플루언서 풀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팔로어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을 양적으로 분석했다. 천 대표는 “실질적 영향력을 측정하고자 이들 포스팅에 달린 팔로어들의 ‘공유’, ‘좋아요’, ‘댓글’ 등의 지표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기계적인 패턴은 없는지, 팔로어가 1000만 명을 넘을 때 반응도가 제일 좋은 건 누구인지를 분석한다”면서 “이런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측정되면 이를 왕홍 측이 제시한 가격으로 나눠 인게이지먼트 단위당 마케팅 비용이 누가 더 싼지를 비교해본다”고 설명했다. 제품 포스팅 하나에 8000만 원을 받는 인기 왕홍도 있듯, 왕홍들 사이의 가격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200만~3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왕홍 중 우리 회사와 일할 수 있는 1명이 누구인가를 찾아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계성 대표는 광고계 출신이다. 국내에서 일을 하다가 30세 되던 해 스웨덴으로 건너가 광고 전문학교인 하이퍼아일랜드에서 실무를 배웠다. 공동 창업자 손정욱 대표(40)는 서울대학교에서 머신러닝과 언어 및 감정 분석을 연구했다. 두 대표는 2008년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홍보 프로젝트를 하다 만났다. 이후 여러 프로젝트에서 호흡을 맞춰온 이 콤비는 작년 메저차이나를 공동 창업, 본격적으로 마케팅 인텔리전스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천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큰 트렌드”라면서 “미국이나 유럽 시장과 달리 중국 시장에 대해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창업 계기를 말했다.
사업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창업 전까지는 중국에 연고가 없었다는 천 대표는 “현지에서 현지 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하다 보면 이들의 신뢰를 사는 게 중요한데 외국 기업으로서 쉽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는 중국인 직원을 채용해 현지 왕홍 에이전시와 거래하며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현지 콘퍼런스에 많이 참여하려고 한다. 최근 참가한 상하이 콘퍼런스에서도 현지 소비재 브랜드나 광고대행사, 광고 분석 회사 분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 효과가 좋았다”며 “준비 중인 현지 사무소가 출범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천 대표는 “무엇보다 메저차이나가 데이터기업인 이상 계속 높은 ROI(투자수익률)와 마케팅 성과로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데이터 분석부터 실행까지 마케팅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서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왕홍(網紅): 인터넷 유명인을 뜻하는 ‘왕뤄홍런(網絡紅人)’의 준말인 왕홍은 한국의 파워블로거나 유튜브 스타와 비슷한 개념으로, 수억 명에 달하는 중국 모바일 세대 소비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일반인이다. 이들의 인기는 곧 ‘돈’이다. 왕홍이 자신의 SNS에서 홍보하거나 후기를 적은 제품은 곧바로 매진되기도 한다. 기업들은 이들에게 제품이나 브랜드 홍보를 부탁하고 수수료를 지급한다. 17조~18조 원 규모에 다다른다는 이른바 ‘왕홍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