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에 새로운 복병을 만나게 됐다. 도시바와 합작사를 운영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제3자 매각에 태클을 걸 수 있다면서 반도체 인수 협상에서 독점 협상 권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이 지난 주말 도시바 이사회에 의견서를 보내 제휴관계가 규정된 계약서에 따라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을 제삼자에 매각할 때 웨스턴디지털의 동의 없이는 매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가 자사 외에 다른 기업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만약 도시바가 이러한 우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에 인수 협상에서 독점 협상 권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웨스턴디지털은 2000년 도시바와 제휴관계를 맺었으며 현재 양사는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1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렇게 분리된 회사에는 웨스턴디지털과 합작·운영 중인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 입찰에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미국 브로드컴, 대만 혼하이 등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브로드컴 등은 인수가로 2조 엔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혼하이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최대 3조 엔을 베팅할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도 이번 매각 입찰에 참여했는데 다른 입찰자보다 낮은 인수가를 적어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사실상 웨스턴디지털이 합작사 관계를 빌미로 낮은 가격에 도시바의 알짜사업인 반도체 사업을 사들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웨스턴디지털이 이러한 서한을 보낸 것은 도시바가 입찰액을 기준으로 인수 대상자를 선정하게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도시바는 최종 입찰기업 선정에서 인수가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혀왔다. 미국 원자력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막대한 손실로 파산 위기까지 내몰린 도시바가 재정난을 극복하려면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반도체 부문 매각의 최우선 순위는 인수가격이고, 그다음이 매각 협상을 신속히 끝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수기업인지 여부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