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커피는 이제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자리끼나 식후에 찾는 숭늉과 같이 현대인에겐 필수 기호식품의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 기자도 하루에 몇 잔씩이나 카페인이 듬뿍 든 커피를 사 마신다. 문제는 가격. 개인적으론 출근 시간대 얼리 버드 세일을 하는 출입처 앞 카페를 자주 찾는 편이나, ‘카페인 게이지’가 내려갈 때마다 매번 테이크아웃을 하기엔 커피 값이 만만찮고, 그렇다고 집에 커피 머신을 들이자니 부담스러워 망설이던 차였다.
기자를 비롯해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딜레마를 눈치 챈 이탈리아 가전 스메그가 해법을 내놨다. 바로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손쉽게 커피전문점 수준의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가정용 에스프레스 머신을 출시한 것.
‘주부들의 로망’이라는 스메그의 별칭에 맞게 지난달 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본 이는 누구든 ‘작고 예쁜’ 액세서리에 마음을 뺏길 법하다. 커피전문점에서 쓰는 둔중하고 커다란 머신에 비하면 굉장히 슬림해 작업실 책상 위나 부엌 한편에 두고 쓰기에 부담이 없다. 레드, 파스텔블루, 크림 네 가지 색상으로 인테리어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만약 집에 분쇄 원두가 있다면 상단의 버튼 세 개로 커피 추출 양과 추출 온도를 취향대로 설정해 즐길 수 있다. 분쇄 커피를 쉽게 구하기 어렵거나 매번 원두를 갈아서 사용하는 귀차니즘족은 파드 커피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파드는 천연 펄프 티백에 분쇄 원두를 포장한 것으로, 압축까지 돼 나오기 때문에 귀찮은 탬핑 작업 없이 파드용 필터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스팀 기능이다. 원두커피는 머신 없이 드립으로도 즐길 수 있지만, 뜨겁고 고운 우유 거품이 든 까페라떼나 카푸치노를 직접 만들어 마시기는 쉽지 않다. 스메그 커피머신에는 스팀 노즐이 달려 있어 전국 라떼족의 취향을 저격한다. 밀크 저그를 스팀 노즐 아래에 놓고 밸브를 내리면 고온의 스팀이 우유를 데워주고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 준다. 커피전문점 바리스타의 능숙한 손길을 흉내 내면서 미리 추출해둔 에스프레소에 부으면 된다.
다만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후 필터를 분리해 세척해야 하고 본체 물받이 부분과 스팀 노즐 부분도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 설거지가 귀찮아서 집 밥을 먹지 않는 기자에겐 지나치게 벅찬 과제지만 진정한 에스프레소 애호가라면 이 정도 번거로움이야 기꺼이 감내할 수도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