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의결 전까지 표정 관리를 하던 중소 회계법인들의 경우 기존 안진의 고객을 차지하기 위해 적극 영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공급이 많다. 감사인 의무 교체 대상 기업뿐 아니라 비상장사도 딜로이트안진에서 다른 곳으로의 회계법인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감사 신뢰 품질이 하락한 회계법인을 계속 감사인으로 선임하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내에서는 ‘안진 사태’로 부르는 이번 업무정지를 기업들 역시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 재선정 관련 문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어떤 기업의 감사인 재선정 입찰에 참여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정KPMG와 EY한영은 새 감사인을 찾는 기업의 요구에 적극 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의 2015년 매출액은 각각 3004억 원, 3006억 원으로 비슷하다. 같은 기간 EY한영의 매출액은 1863억 원으로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기업의 감사인 교체 시기에 새 고객을 확보, 선두권으로 올라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부동의 업계 1위인 삼일PwC는 적극 영업에 나서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관의 매출액은 2~4위와의 차이가 크다. 외형 확장을 위한 적극 영업 필요성은 떨어지는 셈이다. 삼일PwC 관계자는 “회계법인 1위인 삼일PwC가 안진 사태에서 적극 영업에 나선다면 업계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 간 이직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통상 기업 감사는 한 회계법인의 특정 팀이 장기간 맡는다. 특정 기업이 딜로이트안진에서 다른 곳으로 회계법인을 바꾸면 해당 팀이 그대로 옮겨갈 수 있다. 산업은행에서 일감을 주로 받는 딜로이트안진 워크아웃팀 20여 명은 지난해 이미 EY한영으로 이직했다.
안진회계법인이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와의 제휴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딜로이트는 현시점에서 안진과의 제휴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안진의 감사 부문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면 사업 부문별 독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159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주주들의 소송이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 금액은 앞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안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국민연금공단은 소송가액을 높이는 것과 회사채 부문에서의 추가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안진이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다면 딜로이트와의 제휴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